백대비경

바람과 함께 몸짓으로 위로하는, 너는 억새.

66호 억새비경

억새, 슬픈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바람을 불러왔다.

세상은 저 혼자 꼿꼿하게 살 수는 없는 법

나 아픈 만큼

당신 버거워하는 만큼

그렇게 억새는 제 몸을 흔들어 함께 울어준다.

떠나는 계절을 슬퍼하지 말고

지나는 세월을 속절없어할 필요 없다.

오늘 하루의 이 기쁜 시간에

양 볼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음이 축복이다.

억새의 몸짓은 어느새 마음을 잦아들게 하는 따뜻한 위로.

억새의 가을향 짙은 춤사위는

제주의 해 뜨는 방향, 오름의 왕국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길을 잃고자 들어간 그 길에서

가을의 춤 공연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억새2

아이러브제주도장

 


글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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