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슬픈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바람을 불러왔다.
세상은 저 혼자 꼿꼿하게 살 수는 없는 법
나 아픈 만큼
당신 버거워하는 만큼
그렇게 억새는 제 몸을 흔들어 함께 울어준다.
떠나는 계절을 슬퍼하지 말고
지나는 세월을 속절없어할 필요 없다.
오늘 하루의 이 기쁜 시간에
양 볼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음이 축복이다.
억새의 몸짓은 어느새 마음을 잦아들게 하는 따뜻한 위로.
억새의 가을향 짙은 춤사위는
제주의 해 뜨는 방향, 오름의 왕국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길을 잃고자 들어간 그 길에서
가을의 춤 공연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글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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