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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를 정성스레 색칠하다 – 천연염색공예 송미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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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를 정성스레 색칠하다

천연염색공예 송미화 씨

 

숨 가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이 그리운 오늘날,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드는 이가 있다. 천연의 색으로 물들인 원단을 사용하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드는 송미화 씨. 한 땀 한 올 지어낸 조각보에는 그녀의 정성과 손맛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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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고스란히, 자연을 담는 천연염색

노란 유채꽃과 파란 하늘,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제주의 봄은 저마다의 색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고운 색을 옷감에 담아내는 기쁨에 빠져 사는 이가 있다. 송미화 씨는 봄이면 새파란 이파리가 돋아나는 쑥으로, 한창 여름이면 푸른 땡감으로, 가을이면 오름에 물결치는 억새로, 겨울이면 주황빛 치자 열매를 따서 염색을 한다. 자연의 색을 얻으려면 기다림과 정성이 필요하다. 재료를 직접 구하고 염색한 천은 햇빛과 바람에 말리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자연 고유의 색이 그대로 스며든다. 그렇게 천천히 배어들어 나오는 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하고 우아한 멋이 있다. “자연의 색을 옮긴 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을 보는 것처럼 눈과 마음이 편안해져요.”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물들인 천을 통해 그보다 더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손수 만들어낸 고운 색을 통해 얻은 위로와 마음의 안식은 천연 염색 안에서 길어 올린 최고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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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천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세모와 네모 각기 다른 모양의 조합으로 창의적인 패턴의 파우치가 완성됐다.

 

한 땀 한 올, 정성으로 짓는 생활 공예

한시도 손을 쉬지 못하는 그녀는 이것저것 뚝딱 만들어내는 재주꾼이다. 직접 염색한 천으로 카펫, 이불 같은 큰 것부터 조각보, 전통주머니, 바늘꽂이 같은 작은 것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드느라 그녀의 손에는 늘 뭔가가 들려 있다. “옷감이 귀했던 제주에서는 이불로 어른 옷을 지어 입다가, 다시 아이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만들다 남은 자투리 천을 그냥 버리지 못해요. 오리고 잘라 이어 붙이면 훌륭한 조각보가 되거든요.” 그러고 보니 꿰매고, 붙이고, 뜨고, 예쁘게 다려 만든 물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 땀 한 올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 솜씨 좋은 그녀가 만들어낸 어여쁜 물건들 덕분에 두 눈이 호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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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그녀는 다이어리 덮개부터 전통주머니, 슬리퍼, 스카프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다. ❷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그녀의 정성과 세심함이 깃들어있다. ❸ 천 조각을 머릿속으로 그려서 꿰매어 잇는 작업에도 꽤 공을 들여야 한다. 그녀가 이어간 섬세하고 따뜻한 색감에서 다정함이 느껴진다.

 

규방의 작은 동무들과 만드는 조각보

선비들이 문방사우를 가까이하며 바깥 큰 사랑에서 글을 지을 때, 여인들은 규방에서 규중칠우를 곁에 두고 바느질을 했다. 좁은 집 안에서 살림만 해야 했던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남은 천 조각을 이어 조각보를 만들어냈다. 가지각색의 천 조각을 배열하여 야무지게 바느질 한 조각보는 깔면 요가 되고, 덮으면 이불이, 가리면 가리개가 된다. 모든 것이 조각보 하나로 해결되니 그녀가 만든 소품 중에 유난히 조각보에 눈이 간다. “원래 오로지 염색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잠시 쉬는 시간 틈틈이 바느질을 하다가 자투리 천으로 이리저리 조화를 맞춰가는 재미를 찾았습니다.” 직접 물들인 천을 삼각형, 사각형으로 잘라 패턴을 만들고 바느질한 이음새가 자연스럽게 선으로 나타나 경계를 짓는다. 차분히 앉아 느긋한 마음으로 조각보를 잇는 그녀에게 규방의 옛 여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천연의 색깔로 행복을 전하고 싶다

“천연 염색은 늘 새롭습니다. 자연에 있는 것들은 모두 재료가 되고, 염색 때마다 그 색이 달라집니다. 제 마음가짐도 딱 알아채죠. 마음이 급하면 엉성한 색이 나오고, 여유를 가지면 깊은 색이 나옵니다. 그 매력에 손을 놓을 수 없지요.” 염(染)이라는 것은 물(水)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力) 온 누리에 (木) 색칠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고단하고 지친 눈을 위로해 줄 천연의 고운 색깔을 많이 찾아서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송미화 씨. 그녀의 소품은 매 주말마다 열리는 서귀포의 이중섭문화거리 문화예술디자인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올 봄에는 어떤 재료로 어떤 색을 얻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 그녀의 손길은 오늘도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움직인다.

 

▶ 문방사우 [文房四友] : 문인들이 서재에 쓰는 붓[筆] , 먹[墨], 종이[紙], 벼루[硯]의 네 가지 도구를 뜻한다.  

▶ 규중칠우 [閨中七友] : 옛 여인들이 바느질을 하는 데 필요한 7가지 동무들인 바늘, 실, 골무, 가위, 자, 인두, 다리미를 말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강인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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