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안단테 제주여행 with 양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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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 : 제주 동부권에 있는 오름으로 제동목장을 거쳐 가시리로 내려와서 성읍리와 서귀포방향을 표시한 표지판 사거리에서 성읍리 방향으로 약 120여m쯤 가면 왼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이 있는데 바로 그 길을 따라 2.8km 정도 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오름이 따라비 오름이다. 정상까지는 30분정도 소요되며 억새와 가을야생화가 특히 많은 오름이다. 

 

 

안단테 제주여행 with 양영태

나무도, 풀도, 사람도, 집도, 그리고 섬도.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위에서 바람과 함께 살려면 낮게 엎드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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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이기고 오름에 피어난 보랏빛 당잔대  > 오름에 피어난 소박한 들꽃들, 각각이 개성을 지닌 멋진 피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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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오름에 피어난 꽃향유의 화려함

 

 

제주의 지배자는 바람이다.

하늬바람 높새바람 샛바람 마파람 등 온갖 바람들이 제주에 산다. 그래서 제주는 바람의 섬이다.화산의 폭발로 생겨난 검붉은 화산회토의 땅위를 바람이 휘젓고 지나간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위에서 바람과 함께 살려면 낮게 엎드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나무도, 풀도, 사람도, 집도, 그리고 섬도.

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환해장성을 쌓았고,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몸을 추스르기도 했지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삼백예순날 끊이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아래서 풀 한포기 나지 않은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야 했던 제주사람들은 낮게 엎드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죽는 날까지 오직 신들의 보호아래 살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믿고, 거친 바다와 싸우는 남편의 안위, 아직은 어린 자식들의 건강, 집안과 마을의 우환, 이런 한숨과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영혼의 안식처이자 위안처인 당과 함께 살았던 사람들.

화산활동에 의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거무튀튀하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현무암은 과거 제주사람들에게 척박하고 모진 삶을 이어오게 하는 장애물이었고, 극복해야만 하는 현실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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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사면에 가득 핀 꽃향유가 만든 천연정원

 

 

과거 ‘환상의 파라다이스’, ‘동양의 하와이’라는 화려한 포장 속에 가려졌던 관광제주의 알몸을 이해하려는 몸짓들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틀에 박힌 코스에 연출된 동작, 식상한 설명에 스쳐지나가는 풍경들, 사람들은 없고 사물만 있는 여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제주의 품으로 다가가는 여행.  제주의 거친 땅이 낳은 자연과 문화, 그 속에서 살았던 제주 사람들의 기질을 이해할 수 있는 여행. 제주의 바다, 포구, 당, 오름 그리고 들판. 스스로 찾아가서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곳.

바닷가에 서면 할망당 너머 물질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파도에 흐르고, 포구에 서면 거친 바람에 찡그린 아버지의 얼굴이, 그리고 오름에 오르면 우리네 할아버지가 거기에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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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한 느낌의 물매화는 가을의 전령사 > 습지식물인 사마귀풀의 정갈한 아름다움 > 가을빛을 받아 더욱 오묘한 색감을 보여주는 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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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가을꽃, 노란 감국이 가을하늘과 어우러진 모습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를 진실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분연히 일어나 아픈 역사 속에, 고립된 섬 속에, 살아 숨 쉬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그 속내를 전해주고자 애쓰는 사람!

제주의 가을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추천한 오름(따라비오름, 통오름)을 함께 오르며 이름 모를 들꽃들의 강인함과 소박한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바람과 함께 살기 위해 엎드려 살아야했던 삶, 이제는 아름다운 꽃들과 눈 맞추기 위해 엎드린다. 솟아오르는 감동과 행복함, 이렇듯 아름다운 생명체를 품고 있는 수많은 오름들에서 제주의 따사로움과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기를….

※ 가을에 가볼만한 오름으로 따라비오름. 통오름, 백약이오름, 다랑쉬오름을 추천한다고 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양영태 / 현 한라대학교에 근무, 전 곶자왈사람들 이사, 현 곶자왈해설사. 인터넷신문인 제주의소리, 제주투데이 객원기자. 제주의 풍경과 문화에 대한 사진을 주로 찍다가 최근 몇 년은 제주의 들꽃에 반해 야생화를 주고 찍고 있으며, 오름오름회, 인디카, 제주야생화에서 활동 중. 1999년부터 이미 제주의 오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양영태와 함께 가는 오름나들이(www.ormstory.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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