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산야초 약선을 배우다 – 약선요리 연구가 최순남씨

최순남

 

산야초 약선을 배우다

약선요리 연구가 최 순 남 씨

 

선흘 산자락에서 산나물과 약초들과 함께 사는 노부부가 있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몸소 실천하며 건강한 삶을 전하는 약선요리 연구가 최순남 씨의 마당에는 제철 재료로 직접 담근 장과 효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익어간다.

산에산네밥누끼

방아초와 금불초, 박하꽃과 이질풀 등 선흘 산자락에 자라는 산나물과 약초를 하나씩 뜯어 올려 만든 초밥이 먹음직스럽다.

 

 

노부부의 비밀정원, 산에 사네

간판도 이정표도 없이 비포장도로를 한참 올라가다 보면 치자꽃 향기가 먼저 반기는 하얀 집이 나온다. 물도 전기도 없던 억새밭에 식물들을 하나 둘 씩 심기를 수십년 하여 지금은 100여 가지가 넘는 산나물과 꽃이 지천으로 널린 노부부의 비밀정원, 산에 사네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널려있는 풀들만 무성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산야초가 자리잡고 있다. 약선요리 연구가 박순남 씨는 그 어떤 제초제나 화학 비료 없이 자연 그대로 키우는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바구니에 채워 자연식 밥상을 차린다. 워낙 손끝이 야물고 바지런한 그녀는 약선요리에 능하셨던 어머니 음식을 곧잘 따라했고, 맛있게 먹어주는 이들을 보는 뿌듯함에 재미를 붙여 틈틈이 공부하여 산나물들로 효소와 장아찌를 담그면서, 사람을 고치고 살리는 약선 요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쌓게 되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과 잦은 술자리로 병을 얹고 쓰러졌던 남편이 약선 요리로 병을 고쳤으니, 그녀가 만든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남편의 병을 고친 약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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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산에 사네는 그녀가 하나씩 가꾼 정원이다. 연못에 물고기 세 마리를 풀었더니 금새 예닐곱 마리로 불어났다. ❷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꽈리에 탐스럽게 열매가 맺혀있다. ➌ 손자를 위해 만든 꾸덕꾸덕한 한과에도 손맛이 배어있다. ❹ 산에 사네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이 향기롭다.

 

밥이 보약이다, 약선요리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는 밥상, 바로 약선 요리이다. 삼라만상을 겪고 제 힘으로 자란 제철 재료로 정성껏 만든 밥상이 약선 요리의 기본이다. 한겨울에도 수박을 구하기 어렵지 않은 요즘 세상이지만 엄밀히 사계절마다 나는 잎과 열매는 다르다. 여름에는 몸의 열을 내릴 수 있는 찬 성분의 녹차·가지 등이 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을 북돋우는 연근·마 등이 나는 건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약이라고 불리는 성분이 우리가 먹는 음식이랑 결코 다를 게 없어요. 사계절마다 나는 잎과 열매를 자기 체질에 맞춰 먹으면 그게 바로 보약이지요.” 몸에 좋다면 일단 먹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제때 먹으면 약이 되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 자연과 닮아가는 것, 산에 사네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그녀가 또 매일 시간을 들이는 것이 직접 담근 효소이다. 철마다 나는 재료로 담근 수많은 효소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그 중에는 20년도 더 된 천연 효소가 그녀의 정성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그 효소를 넣어 장에 절여 발효시킨 약선 장아찌는 WCC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를 앞두고 열린 생태마을 선흘곶축제에서 산나물 장아찌 만들기 체험행사를 통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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❺ 선흘 깊은 산 중 속 하얀 집이 바로 산에 사네이다. ❻ 그녀가 흙과 돌로 지어 올렸다는 집 안으로 가을빛이 스며든다. ❼ 직접 담근 효소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익어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

수십 년간 부부의 공간이었던 산에 사네는 전통 먹을거리와 산나물 시식, 휴식과 치유, 친환경 생태 체험을 위한 교육장으로 손님을 맞는다. 그녀는 산에 사네 농장을 찾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며 각자의 몸에 맞는 건강밥상을 연구해 만들어 낸다.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가져다가 전통장과 함께 즉석에서 유기농 비빔밥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고, 전통장을 담거나 장아찌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초록빛의 자연을 눈에 담고, 몸에 좋은 것을 먹으며 몸과 음식의 조화를 배워간다. 지친 몸이 즐거움과 쉼 속에서 치유를 얻어간다. 인간과 자연, 농촌과 농부가 만들어낸 완벽한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이 곳은 산에 사네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강인

포토그래퍼 / 오진권

체험문의 / 010-8608-3776   주 소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11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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