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제주향토요리연구가, 김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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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진 음식이 아니라 숨어있는 제주의 향토음식을 발굴해야한다. 제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보말(바다고둥)을 넣고 끓인 보말죽을 이용하여 간단한 상차림을 하고 있다.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문화입니다.”

생명의 장단을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문화가 음차문화죠.

제주땅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었고,

거기에는 제주의 문화, 제주의 사람, 제주인의 사랑과 고향이 담겨있어요.

제주향토요리연구가 김지순
음식은 고향입니다

 

모든 음식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인의 삶이 녹아있는 제주향토음식을 통해 제주문화를 이해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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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순 선생(74세)의 제주사랑 시작은 제주의 향토음식이다. 문화를 지키고 계승해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고집스러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제주의 음식문화 하면 떠오르는 사람, 김지순 선생은 그렇게 인생의 반평생, 40여년을 제주향토요리연구에 매진해왔다.

취재차 도심 속, 차향 흐르는 공간에서 신념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이의 밝고 고운 낯빛을 지닌 김지순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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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순 선생의 정갈한 살림솜씨가 엿보이는 그릇장이다.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옛 그릇들이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제주의 음식을 대변하는 듯하다. >김지순 선생이 직접 제주의 재래콩으로 담근 된장을 푸고 있다. 제주에서는 여름냉국에도 된장을 풀어 넣는 등 음식에 된장을 많이 활용한다. 

 

 

“제주향토음식은 제주에서 뿌리내려 생명을 키우며 바람에 시달려온 야채와 파도치는 제주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을 가지고 재료 맛을 그대로 살려서 제주사람들이 만들어 먹어온 음식입니다. 그러니 음식에 제주의 사람과 고향, 마음이 담기는 것이지요.”

제주향토음식 예찬과 함께 음식을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문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김지순 선생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는 말이다.

 

제주음식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참웰빙음식, 바로 그것이다.

제주는 고립된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척박한 화산회토 토양으로 인하여 다른 지방의 음식과는 차별화된 맛과 조리법을 보이므로 가치가 더욱 크다고 한다. 계절에 따른 건강한 먹거리로 양념도 거의 쓰지 않고, 슬로우푸드의 대표적인 음식인 된장문화가 특히 발달되어 있다. 겨울에도 우영팟(작은 텃밭)에서 푸성귀를 뜯어 푸른 채소 반찬을 해먹었으니 이만한 건강식이 어디 있겠는가.

제주음식의 소박한 맛과 건강예찬은 낭푼밥상으로 이어진다. 제주사람들이 늘 먹어왔던 가정의 일상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낭푼밥상’이라 표현한다. 제주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별 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식구끼리 먹을 때는 ‘두레반상’에, 밥과 반찬은 ‘낭푼’이라는 큰 그릇에 담아 가운데 놓아 공동으로 먹고, 국만 각자 따로 먹었다. 아낙네들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지라 낭푼밥상을 차려놓고 물질(해녀 잠수)하러 나가고 난 뒤 다른 가족들은 국만 떠서 식사를 해결하였다. 뷔페음식의 시초가 바로 이 낭푼밥상이 아니겠느냐며 한 상에서 어울려서 식사를 하였으니 함께하는 공동체 삶이 바로 이 밥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생이 이끄는 ‘관향차회’에서는 낭푼밥상을 응용하여 큰 사발에 차를 담아 주인과 나그네가 둥글게 둘러 앉아 차를 마시는 제주만의 독특한 두레반 다법을 선보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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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낭푼이나 함지박에 한꺼번에 담아서 제각기 떠서 먹는 낭푼밥상은 제주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상차림이다.

 

 

 제주향토음식을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향토음식 본래의 맛은 살려야합니다. 여름에 자리물회, 가을에 고등어·갈치요리, 겨울 옥돔, 봄 우럭 같은 계절음식을 발달시키고, 숨어있는 음식을 발굴해야합니다. 보말칼국수나 깅이죽 같은 것이 좋은 예죠. 그리고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올레길도 제주향토음식과 접목시켜야 해요. 코스별로 다른 요리를 제공해서 그 지역은 그 음식이라는 특별함을 전해주어야 해요.”

“그릇을 잘 선정하고, 꽃 한 송이라도 꽂아 식탁을 차리는 등 상차림에 신경 써야겠지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제주음식 특성상 식재료 고유의 진한 비린내, 누린내를 인공조미료가 아닌 자연적 재료로 없애는 것도 중요해요.”

학교급식에서 제주음식 먹는 날이 생겨나서 제주 어린이들이 제주음식을 알게 되고,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제주음식의 참맛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제주향토음식박물관’을 짓는 것이 소망이라는 김지순 선생은 제주음식문화가 계승·발전되려면 향토음식에 대한 의식변화가 있어야 함을, 특히 젊은이의 의식변화를 당부하였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김지순 선생은 제주산업정보대 호텔조리학과 교수로 정년퇴임 후 제주향토음식 보존 연구원장과 제주대 가정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지순 요리제과 전문학원 064)744-3535 www.jejuc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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