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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은 보배 중에 보배우다! 별난 돌챙이 이창원씨

이창원

이창원씨는 눈만 뜨면 작업장에 나와 하루도 빠짐없이 돌작업을 한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요령을 부릴 사이도 없이, 그저 묵묵히 망치질을 할 뿐이다. 매일 보는 돌인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좋다니, 이런 천생연분이 또 있을까.

 

제주돌은 보배 중에 보배우다! 

별난 돌챙이 이창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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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자신이 만든 작품 뒤에 선 이창원씨. 저지 예술인 마을에 위치한 ‘돌하르방 石工房’은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해 돌작업을 하기 안성맞춤이다.   ❷ 익살스런 얼굴의 돌하르방  ❸ 목이 ‘똑’ 떨어져 버린 하르방이지만, 정낭 위에 올려 두니 또 다른 멋이 느껴진다.  ❹ 이창원씨가 만든 사각형의 돌하르방은 이제껏 없었던 독특한 형태로, 앞에서 봤을 때 보일 시(示)자로 보인다.  

 

 

 

우리네 삶과 가까이 있었던 돌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난다, 효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풀이 난다….

우리나라에는 돌에 비유한 속담이 참 많다. 유독 우리 민족이 돌과 친한가 싶어 찾아보니 외국에도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거나 “A falling drop at last will cave a stone.(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또는 “Hunger breaks stone walls. (배고픔은 돌담도 깬다)” 와 같은 속담이 있다. 인생의 여러 의미를 돌에 비유한 동서양의 속담은 거창하기보다는 소박하고, 그 어떤 유명인의 격언보다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고 보면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 이‘돌’이라는 녀석을 무척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삼다도(三多島)라 불리는 제주에는 돌이 참 많다. 집 대문에서 마을로 연결된 올레길도 돌을 쌓아 담으로 이었고 제주의 상징이자 터줏대감인 하르방 역시 돌로 만든다. 흔하게 보이고 쉽게 발에 채여서, 그래서 때로는 하찮게도 여기는 제주돌을 ‘보배 중에 보배’라며 엄지손가락을 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돌챙이 이창원(63)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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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❺ 고개를 갸우뚱 하는 하르방, 장난스런 표정의 동자석과 웃는 동자석 등 작품들의 표정이 살아 있다.

 

제주를 향한 무한애정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이 모인 저지 예술인 마을. 그 초입에 ‘돌하르방 石工房’이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담쟁이덩굴이 글자를 반이나 가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울 텐데도 주인장은 요샛말로 “쏘 쿨(So Cool)”하게 내버려둔다. 무심하게 서 있는 팻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아담한 작업장이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이곳을 수녀원 같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절간 자리로 딱 이라고 한단다. 누구의 말이 맞든 간에 숲에 안긴 한적한 작업장 자리는 보통 터가 아닌 듯싶다.

‘제주이민’ 붐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79년에 내려왔다는 이창원씨. 육지에 있을 때부터 제주의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제주사랑은 참 열정적이다. 제주행 비행기 착륙시 들리는 노래가 팝송인 것에 불만(?)을 가진 그는 기내 음악을 오돌또기(제주 전통 민요)로 바꿔달라고 건의를 했다고 한다. 그래도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제주 민요를 직접 편곡해 현대적인 재즈음악으로 만들어 CD를 전달하기까지 했단다. (아쉽게도 항공사에서는 아직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창원씨의 제안 중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다. 기술·가정 과목처럼, 제주의 남학생은 돌질을, 여학생은 물질을 필수 과목으로 배우도록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돌질과 물질을 직접 배운다면 전통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되고, 점점 사라지는 제주의 문화유산을 지켜갈 수 있으리라는 그의 견해에서 제주를 향한 애정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돌을 가지고 ‘노는’ 천생 돌챙이

이창원씨가 만든 하르방은 흔히 보던 돌하르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네모반듯한 하르방은 앞에서 봤을 때는 볼 시(示)자이고 옆으로 봤을 때는 하르방의 옆모습으로 ‘돌하르방계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파격적이다.

근엄하던 하르방은 `오(O)’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거나 입이 댓발 만큼 튀어나왔다. 얌전하던 동자석도 익살스럽게 굴거나 십자가를 들고 서 있다. 기존 원형들의 재해석이다. 이렇게 예전 것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이창원씨는 돌을 깎는다거나 다룬다고 말하지 않았다. 돌을 갖고 ‘논다’고 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에 작업장에 도착해 해가 떨어질 때 까지 하루 종일 돌만 가지고 산다. 왼손에는 징, 오른손에는 망치를 쥐고 챙- 챙- 하는 소리만 듣는다. 아무리 돌이 좋아도 라디오도 없이, 연중무휴 똑같은 일을 하기엔 지루할 법도 한데 정말로 즐거워서 하루가 빨리 가는 게 아쉬울 뿐이란다. 고된 돌질을 끝내면 온 몸이 나른해지지만 푹 자고 다음날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 몸이 풀린다고 하니 돌챙이가 천직이다. 그를 이렇게 천생 돌챙이로 만들어버린 제주돌의 매력을 무엇일까. 제주돌은 구멍이 많아 긴 시간 물을 흡수한다. 눈이나 비를 머금었다가 햇볕을 받으며 서서히 마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속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제주돌은 돌이 아니라 보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돌을 가지고 노는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기존의 전통 1세대 돌하르방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더해 2세대 돌하르방을 만들어낸 이창원씨. 앞으로 3세대, 4세대의 하르방을 창조해 다시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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