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냘픈 女人, 강인한 女人 그 이름 –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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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바다속에서 채취한 미역을 지고 나오는 해녀(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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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불을 지펴 언몸을 녹이고 있다. (1968년)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라산, 그리고 해녀일 것이다.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푸르른 바다에서 무자맥질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전국 어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지만 60년대 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거친 바다에서 거의 맨몸이나 다름없는 무명옷을 입고 깊은 바닷속을 드나드는 작업을 하는 해녀는 제주가 아니고는 매우 드물었다. 곧, 해녀라는 직종은 꽤 유별난 셈. 세인들의 주목거리로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잠수(潛嫂), 잠녀(潛女)라고도 하는 해녀는 오직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분포되어 있다. 예부터 제주도의 경우는 남성나잠업자(男性裸潛業者)가 드물어 물질하는 사람들은 온통 여성 일색이었다. 남성이 한둘 있다 하더라도 그런 경우는 신문기사 감이다. 지금은 제주도는 물론 육지부에서 남성들이 물질하는 사람들은 꽤 볼 수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아주 드물었다.

그러나 해녀라고 해도 보통사람들과 다른 이방인일 수 없다. 유별스런 혈통을 타고 난 것도 아니요, 해녀들에게 선천적 소인(先天的 素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해녀라고 하면 선천적인 혈통이라도 있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어느 아낙네와 다를 바 없이 밭일은 밭일대로 하러 가면서 바다 물질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물질이란 삶을 이어가는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어찌하여 해녀는 제주도를 정점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것일까.

세계 곳곳에 무자맥질하여 해산물을 캐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직업인으로서 나잠어업을 일삼는 사람이 분포된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까닭을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해조류, 조개류 등을 일상 즐겨 먹느냐의 여부, 말하자면 그 식생활과 연결 지어 풀이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면, 이제는 양식미역이 숱하게 생산되어 잡초로 여기고 베어서 바닷물에 흘려버리는 자연산 미역을 일상식으로 즐겨 먹는 나라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에 국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상식뿐만 아니라 미역은 그 영양가가 높아서 여인들이 애를 낳고 첫 음식으로 미역을 먹어야 한다는 산속(産俗)이 한국과 일본에만 분포된 뜻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미역을 직접 캐기 위해 바다로 들어갔다고 추측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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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온 해녀들(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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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가 바다에서 채취한 해삼을 보여주고 있다. (197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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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우에 바람막이를 하고 물에서 나온 해녀들이 언몸도 녹이고 쉬기도 한다.

 

 

해녀는 과연 어디에서, 언제 비롯된 것일까.

뉴욕주립대학 교수 허먼 란(Hermann Rhen)박사 등에 따르면 해녀의 발상은 제주도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의 해녀가 그 기량이 놀라울뿐더러, 내한력(耐寒力)도 대단하고, 그 분포 역시 가장 밀집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 제주대학교 김영돈 교수는 “해녀의 발상 시기는 수산업의 시원과 같은 맥락에서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울듯하다. 아득한 옛날에 사람들은 바닷가를 무심코 거닐다 해조류와 조개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불쑥 일었음직하다. 바닷가를 어슬렁어슬렁 거닐던 수렵시대의 인류들은 너붓거리는 해조류와 기어 다니는 숱한 조개류를 쳐다보고, 썩 신기하게 여겼음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냄새도 맡아보고, 만져보기도 하다가, 이를 캐서 날로 먹어보기도 하고, 구워 먹어보기도 했으리라. 미역, 톳, 우뭇가사리나 전복, 소라 등은 제법 맛있는 먹을거리임을 점차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이러한 해산물을 즐겁게 캐어 먹다 보니 차차 없어져 갔을 것이고 이런 해산물을 캐기 위해 물속에 들어가서 허리를 굽힌 채 캐기도 하다가 자원이 없어져 가자 바닷속에 들어가 무자맥질하게 된 것이 해녀의 시초라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애초에는 어디에서나 남성들도 함께 물질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배가 발명되자 남성들은 배를 이용한 고기잡이에 쏠리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제주도에서 처럼 물질은 여성들만의 일로 굳어져 간 듯하다”라고 적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해녀를 주목하는 까닭은 가냘픈 여인이 거친 바다에서 무자맥질한다는 이색적 직종이라는 점도 있지만 무자맥질을 기막히게 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수기량은 국내외에서 심상치 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국무성에서도 심해공사(深海工事)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해녀를 조사, 연구케 한 바가 있다. 부산 영도에서 시행된 이 조사는 해녀의 생리를 조사, 연구케 한 이유 중의 하나는 다분히 군사력의 효율에도 관심 두지 않았나 짐작케 했다.

제주 해녀. 태평양 거친 파도와 싸우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위에도 물에 드나드는 내한력, 또한 해녀들은 분만 직전에도 물에 들며, 분만 후 수일이면 다시 물질하러 나선다. 물질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애를 분만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은 화제를 뿌린다. 만삭을 아랑곳하지 않고 물질에 온 힘을 쏟다가 배 위에서 아기를 낳기도 하고, 바닷가 축항에서 낳기도 했다. 이런 제주 해녀의 유별난 기량과 삶은 이를 바라보는 이들을 감동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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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해산물을 채취하고 바다에서 나오는 해녀들 ❷ 물질을 마친 해녀 집에 테왁과 문어를 말리고 있다. (우도면 조양리) ❸ 물질을 나가기 전 해녀는 아들이 업고 온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이다. (1968년)

 

 

세종 때, 기건 목사가 제주도 도백으로 부임해 와서 처음으로 섬을 순력할 때의 일화 하나를 들어보자. 하늬바람에 눈보라가 짓궂게 몰아치던 날, 바닷가 길로 순력을 나섰는데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발가벗은 여인들이 바닷속으로 떼를 지어 풍덩 풍덩 뛰어드는 게 아닌가. 느닷없이 펼쳐진 엉뚱한 광경에 직면한 사또는 소스라쳐 놀랐다.

“저런 일이 다 있나. 이것 참 큰일이로다. 제주도엔 왜 미친 여인들이 이다지도 많은가?” 해녀들의 무자맥질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또로서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또님, 저 여인들은 결코 미친 여자들이 아니오라, 춘하추동 가릴 것 없이 저렇게 무자맥질하고 해산물을 캐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옵니다. 사또님이 아침저녁으로 드시는 전복, 소라, 미역을 바로 저렇게 캐는 것이옵니다.” 사또는 물질에 대해 샅샅이 듣고 그 고충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면서 크게 감동하였다.

“설한풍이 휘몰아치는 겨울,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목숨을 걸면서까지 전복과 소라를 캐는 일은 썩 놀라운 일이다. 내가 참 그처럼 어렵게 캐낸 해산물을 어찌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저녁부터는 내 밥상에 해녀들이 캔 전복과 소라를 일절 올리지 말라”

이래서 기건 목사는 제주도백으로 재임하는 동안 일체 전복, 소라, 미역 등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조 때 정조임금 또한 제주도에서 진상해 올린 전복에 대하여 이를 캐는 과정을 신기하게 듣고 난 다음부터는 해녀들의 심상치 않은 고생을 헤아리면서 전혀 들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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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제주도장


글 / 서재철

사진 / 서재철

캘리그라피 / 윤소연

•1947년 제주출생 •1983년 사진부장(전;제주일보) •1990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전;재민일보) •1998년 자연사랑 미술관 관장(현)

저서 : 제주해녀, 한라산, 한라산 노루, 한라산 야생화, 바람의 고향 오름, 이름모를 소녀, 몽골·몽골사람, 제주생태시리즈-제주의 야생화, 제주의 말·노루, 제주의 곤충, 제주의 버섯, 제주의 새, 화산섬 바람자리 오름, 날마다 솟는 성산, 기억속의 제주포구, 화산섬 제주, 신비의 흔적, 제주의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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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강현정 says

    제주해녀에 대해서 많은 정보와 사진을 알 수 있게되어 정말 좋은 자료를 본 것같습니다.
    제가 문화유산 발표대회에서 제주해녀로 주제를 정해 준비하고있는데,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출처를 밝히고 사진을 사용해도 될까요?

    좋은자료 잘읽었습니다.

  2. 김도연 says

    안녕하세요.
    우선 좋은 자료 잘 봤습니다.
    제가 제주 해녀를 주제로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사진 자료를 좀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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