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들의 고향, 제주 – 제주의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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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1만 8천의 신들이 살고 있는 신들의 고향이라 한다. 매년 음력 1월, 도내 각 마을에서 본향당굿과 영등신(靈登神)을 위한 영등굿이 시작되면 온 섬이 굿의 열기로 가득하다. 굿은 신과 인간의 만남이다. 인간이 신을 찬양하여 노래함으로써 ‘신나락 만나락’하고 신을 맞이하여 신인동락(神人同樂, 신과 인간이 함께 즐김)하며, 신과 더불어 가무오신(歌舞娛神, 노래와 춤으로 신을 즐겁게 함)하는 것이다. 인간이 신을 만나는 일은 굿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사제인 심방을 매개로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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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신당 중에서 가장 신령한 위엄을 느끼게 하는 조천읍 와흘리 본향당에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차려놓고 마을과 가족의 안녕을 빌고 있다.

 

제주의 마을에는 기층문화를 형성해온 본향당과 이렛당, 여드렛당, 잠녀당과 어부당 등 신앙의 터전인 당이 많다.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본향당인 경우 행정구역상 등재된 232개가 분포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크고 작은 당들이 마을마다 많은 곳은 7곳에서 보통 2곳 이상 분포되어 있을 정도다.

 제주 신당은 대부분 마을 설촌의 역사를 간직한 본향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돌보는 일뤠당, 그리고 해녀와 어부의 바다밭 경제활동과 관련된 돈짓당(갯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심방들의 성무의례(成巫儀禮)라는 신굿이 있고, 바다에서 빠져 죽은 영혼의 넋을 건져내어 위무하고 저승으로 고이 보낸다는 무혼굿이 있다.

제주 신당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공동체의 정신적 뿌리로서 기능하며, 해녀와 어부들에게는 바닷일의 무사 안녕을 지켜주는 생산현장의 지킴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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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사계리마을에서 굿을 마친 해녀들이 배를 타고 돌고 있다. ❷ 우도에서 열린 영등송별굿. 해녀들이 영등신에게 기원하는 모습. ❸ 마라도 애기할망당

 

제주도의 신당들은 제주의 기층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앙의 대상인 성소였으나, 역사적으로 오랜 수난을 겪어왔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국가이념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한말에는 천주교에 의해, 일본강점기에는 민족문화말살정책에 의해, 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으로 미신타파로 몰리면서 수난을 당했지만, 기층민들의 성소인 당은 전통문화의 산실로 지켜져 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전통시대의 가치관과는 다른 서구식 제도교육으로 길러진 세대가 주민의식의 변화, 신앙형태의 변화로 내적으로는 무속신앙의 쇠퇴를 가져왔으며, 외적으로는 도시화 등으로 인한 신당 보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향당의 당굿은 대개 1년에 네 번, 신과세제(新過歲祭), 영등굿, 마불림제, 시만곡대제(新萬穀大祭)의 순으로 행한다. 신과세제는 마을 전체 신앙민 모두 본향신에게 새해를 맞아 인사를 드리는 굿을 말한다. 1년 동안 당에서 행하는 굿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게 치러지는 굿이다. 영등굿은 바다의 평온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열리며 마불림제는 우마의 번성을 기원하며 음력 7월 백중에 열어 백중제라 부르기도 한다. 시만곡대제는 음력 9월이나 10월에 수확을 마친 후 감사의 의미를 담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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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안녕과 해산물수확을 위한 좀녀굿이 김녕리에서 열리고 있다.

 

 

도내 주요 본향당굿과 갯당을 찾아본다.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

당 신앙의 메카이다. 예로부터 심방이나 마을 사람들은 당 신앙의 뿌리를 송당 본향당에서 찾아왔다. 제주 다른 마을마다의 당들은 송당 본향당의 아들딸들이 뿌리를 뻗어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송당 본향당의 당신은 ‘금백조할망’ ‘백주또’라 부르는 여신이다. 금백조는 오곡 종자와 송아지, 망아지를 가지고 농업을 발생케 한 농경 여신이 마을 본향당을 좌정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1월에 당굿이 치러지는데 금백조의 신전에는 제주 여인들 자신들이 입고 싶은 옷과 신발, 음식들을 올린다.

조천읍 와흘리 본향 한거리 하로산당

 제주의 신당 중에서 가장 신령한 위엄을 느끼게 하는 당이다. 신에게 드리는 폐백인 옷감과 삼색물색의 천이 걸려 있는 거대한 팽나무는 수령이 4~5백 년은 훨씬 넘는 고목이다. 와흘리 본향당의 원래 주인은 ‘서정승따님’으로 불리는 여신이다. 이 여신은 송당 금백주 할망의 열한 번째 아들과 결혼하면서 이 당에는 부부신이 좌정하게 되었다. 본래 여신이 좌정해 있던 자리는 남편격인 금백조의 열한 번째 도령이 차지했고, 여신은 동쪽 밑으로 내려앉았다. 여신이 가장 좋아하는 재물은 옷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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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제주시 사라봉기슭 칠머리당에서 열리고 있는 칠머리당굿. ❷ 영등굿 마지막으로 열리는 영감놀이. ❸ 영등굿을 벌이고 있는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 ❹ 해녀들의 안녕을 기원드리는 구좌읍 종달리 생개납 돈짓당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칠머리당굿

강남 천자국을 출발해서 제주도로 들어오는 영등신을 모신다. 바람을 몰고 오는 방문 신으로 이 신이 올 때면 날씨가 나빠져 ‘영등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음력 2월 1일 영등신이 올 때를 맞아 영등환송제를 시작으로 제를 올리는데 이 영등신이 들어오는 2월 1일에서 2월 15일간은 어부나 해녀 모두 조업에 나서지 않는다. 그만큼 제주사람들에게 영등신은 절대적이다. 음력 2월 열 나흘,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는 송별대제가 선주 부인들과 해녀들이 각자 집에서 마련해온 음식을 상에 정성껏 차려 놓는다. 제는 초감제, 연유닦음으로 시작하여 군문열림, 새도림, 본향청함, 요왕맞이, 씨드림, 영감놀이와 배방선으로 굿을 마친다.

해녀들의 생업 신 종달리 생개납 돈짓당

 해신당으로 잠녀, 즉 해녀들이 주로 드나드는 당이다. 바다의 길목에 있는 기암에 설치된 이 당은 해녀들이 바다 밭을 일구면서 자신의 목숨이 붙어있기를, 또 많은 수산물을 채취할 수 있기를, 남편과 자식 모두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비는 곳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서재철

포토그래퍼 / 서재철

•1947년 제주출생  •1983년 사진부장(전;제주일보)  •1990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전;재민일보) •1998년 자연사랑 미술관 관장(현)

저서 : 제주해녀, 한라산, 한라산 노루, 한라산 야생화, 바람의 고향 오름, 이름모를 소녀, 몽골·몽골사람, 제주생태시리즈-제주의 야생화, 제주의 말·노루, 제주의 곤충, 제주의 버섯, 제주의 새, 화산섬 바람자리 오름, 날마다 솟는 성산, 기억속의 제주포구, 화산섬 제주, 신비의 흔적, 제주의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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