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학과 지혜로 빚어낸 올레, 밭담, 그리고 산담

돌담

 

 

제주의 돌담

바람을 이기기 위한 지혜가 제주땅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돌을 이용하여 쌓아올린돌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돌담메인

 

 

미학과 지혜로 빚어낸 올레, 밭담, 그리고 산담

돌담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 곁으로 돌아가는 제주인의 돌문화인 돌담길을 따라 거닐어보자. 흙보다 돌이 더 많은 제주땅! 제주인의 지혜로움으로 바람이 할퀴는 섬 제주에서 돌담은 탄생하고, 생활하고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제주인과 동거동락한다. 하여 그들만의 자리를 만들어냈으니 돌담과 어우러진 제주인의 삶이 그리 팍팍하지만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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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만리 돌담길을 따라 거닐며…

제주에는 수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많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제주는 삼다의 섬인데……’라며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알고 있던 것처럼 원래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인이다. 고기잡이로 연명해야했던 섬의 특성상 바다로 나간 서방이 태풍을 만나 불귀의 객이 되 버리면 섬에는 점차 여인들만 남게 되고, 강인한 생활력으로 그 여인네들은 밭일과 물질을 하며 집안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워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제주는 여인들만 일하는 섬으로 비쳐지기도 하였고, 실제로 남자보다 여자의 인구가 많은 섬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요, 지금은 남녀가 거의 비슷한 성비를 이루고 있다. 여인은 삼다에서 빠져야할 항목이 되 버린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제주에 많은 多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바람이요 돌이다. 바람을 이기기 위한 지혜가 제주땅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돌을 이용하여 쌓아올린 돌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제주전역을 굽이쳐 흐르는 흑룡만리 돌담길, 대한민국 전역을 걷기 열풍으로 몰아넣은 올레와 죽은 자의 넋을 보호하는 산담 이외에도 바다 돌그물인 원담과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환해장성 등 돌담은 다양한 형태로 제주의 역사와 삶에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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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은 탄생하고, 생활하고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제주인과 동거동락한다.

제주의 전통 초가집은 낮게 웅크리듯 지어지고 이런 집 주위로 높게 울담을 둘러쳤다. 그리고 올레로 사람들이 다니는 한길까지 연결공간을 만들었다. 올레는 제주인들의 미의 추구와 삶의 여유를 엿보게 해준다. 집으로 통하는 길을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지게 만들고 집마당으로 들어가기 전 꺾어지는 부분(올레목)을 두어 여기에서는 집안이 보이지 않으며, 여기를 지나면 집안이 보이도록 되어있는 등 대문을 굳게 닫아 걸어놓은 지금의 각박한 삶과는 달리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 ‘제주올레’이다. 제주해안을 따라 나있는 걷기코스인 올레길을 걷다보면 올레 본연의 돌담길은 아니지만 휘어져서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다가 불현듯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고를 반복하여 제주조상들의 지혜인 올레의 의미와 상통한다. 올레 양쪽에 쌓여져 있는 돌담의 모양을 눈여겨보면 기교 없이 되는대로 척척 올려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른다. 돌담 여기저기 틈이 보이고 그 틈의 크기도 제각각이다. 아귀가 맞지 않은 돌담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 위태롭지만 이 안에 태풍처럼 거센 바람도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숨겨져 있다. 그 틈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올레의 휘어진 곡선을 따라 집으로 몰아친 바람이 한숨 가라앉는다.

이러한 돌담은 밭담에서도 볼 수 있다. 아무리 돌투성이 땅일지라도 그곳을 일구며 생활을 해야 했던 제주인들에게 밭은 평생을 가꾸며 돌보아야하는 터전이다. 돌밭에서 하나하나 골라낸 돌은 바람을 막아주며 이웃 밭과의 경계가 되는 돌담이 되어 밭 둘레에 둘러쳐졌다. 제주도에 있는 돌담을 이어보면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길이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의 돌담은 ‘흑룡만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검은빛 현무암으로 빚은 용트림하는 용의 형상이 만리까지 이어진다니 참 잘 어울리는 멋스러운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삶과 함께 했던 돌담이 죽음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밭 한가운데 돌담 두른 묘는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높고 낮은 오름 자락에 무덤을 쓰고 산담을 둘러쳤다. 가까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묘와 산담을 보면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제주인들의 의식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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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제주의 四季가 그리는 수채화 한폭을 가슴에 담다.

올레에서 시작되 흑룡만리 돌담, 그리고 산담까지… 돌담은 바람이 사정없이 할퀴어대는 제주인의 삶의 지혜이자 미의식과 여유의 산물이다. 세계를 여행하여도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빼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을 지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은 가벼운 감동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삶과 그리고 죽음까지 어우르는 돌담이 제주의 四季와 어우러져 수채화를 그린다.

비오는 봄날, 더욱더 검은색이 짙어진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 밭에서 돋아나는 연두빗 새순이 돌담과 어우러져 싱그러움이 더하다. 여름날 짙은 초록의 융단을 깐 오름에 오르면 양지가 바르고, 오름자락이 감싸 안은 듯한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산담이 둘러쳐져 있는 묘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멀리 보내야했던 죽음의 의미가 가까이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눈 내리는 겨울날은 어떠한가. 돌담에 소복히 내려앉은 흰눈이 수묵화를 보듯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자연과 함께 한 인간의 삶! 돌담으로 그 꽃을 피워낸 곳, 제주를 여행하며 돌담의 미학을 꼭 느껴보도록 하자.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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