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설문대할망이 산다.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발끝은 바닷물에 잠기어
물장구를 쳤다는 엄청스레 큰 할망이다.
워낙 덩치가 커서인지 변변하게 속옷 하나 없었다.
그 할망이 ‘명주 100동(1동은 50필)을 모아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마’고 한다.
제주 사람들 없는 살림에 열심히 명주를 모았다.
그런데 딱 한 동이 모자라 할망의 속옷을 완성 못 하고 만다.
당연히 다리도 놓으려다 중단되어버렸다.
그 흔적이 조천리의 바다 쪽으로 쭉 뻗어 간 여라고 전한다.
내 보기에는 설문대할망의 덩치를 보건대
성산일출봉쯤은 돼야 놓다 만 다리지 싶다.
성산일출봉은 원래는 터진목이었다.
물길에 따라 육지길이 열리고 닫혔던 곳이다.
설문대할망이 흙더미 한 덩이를 호기 있게 던져
성산일출봉을 만들어놓고는 나 몰라라 한 것을
오랜 세월과 사람들의 힘에 의해 지금처럼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성산해안에 선 어느 날 설문대할망의 연륙교 설화가 생각나고
제주인의 못다 이룬 꿈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글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촬영장소 /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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