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성산, 육지로 이어지지 못한 꿈

백대비경-2 800

 

제주에는 설문대할망이 산다.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발끝은 바닷물에 잠기어

물장구를 쳤다는 엄청스레 큰 할망이다.

워낙 덩치가 커서인지 변변하게 속옷 하나 없었다.

그 할망이 ‘명주 100동(1동은 50필)을 모아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마’고 한다.

제주 사람들 없는 살림에 열심히 명주를 모았다.

그런데 딱 한 동이 모자라 할망의 속옷을 완성 못 하고 만다.

당연히 다리도 놓으려다 중단되어버렸다.

그 흔적이 조천리의 바다 쪽으로 쭉 뻗어 간 여라고 전한다.

내 보기에는 설문대할망의 덩치를 보건대

성산일출봉쯤은 돼야 놓다 만 다리지 싶다.

성산일출봉은 원래는 터진목이었다.

물길에 따라 육지길이 열리고 닫혔던 곳이다.

설문대할망이 흙더미 한 덩이를 호기 있게 던져

성산일출봉을 만들어놓고는 나 몰라라 한 것을

오랜 세월과 사람들의 힘에 의해 지금처럼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성산해안에 선 어느 날 설문대할망의 연륙교 설화가 생각나고

제주인의 못다 이룬 꿈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이러브제주도장


글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촬영장소 /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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