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특집] 제주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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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어우러진 제주인의 삶과 지혜, 제주의 미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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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도(三多島)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섬. 그중에 두 번째가 바람이다. 제주도는 사시사철 바람 잘 날이 드물다. 미풍으로 귓가를 살살 간질이기도 하지만 때론 강풍으로 사람이고 나무뿌리고 통째로 날려버릴 기세로 분다. 제주에 유난히 바람이 많은 이유는 기압의 변화가 심한 북태평양 상의 지리적 위치와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섬이라는데 있다. 태양에 의해 더 빨리 데워진 육지면의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그 빈자리를 쏜살같이 바다의 찬 공기가 불어와 메운다. 쉼 없이 공기가 이동하니 끊임없이 바람이 불 수 밖에 없다. 바다로 나가 생업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바람은 생존의 키워드였으며 일 년에 수차례 몰아치는 태풍은 자연의 재앙이었다. 넋 놓고 당할 수만은 없었다. 바람신인 ‘영등할망’에게 제를 지내면서 한해 조업의 풍년과 어부, 해녀들의 안전을 간절히 기원하였다. 바람을 막기 위한 돌담을 끝도 없이 쌓아올렸고 방풍림을 심어 귀한 밭작물을 보호하였다. 높은 울담으로 에워싸고, 초가지붕은 단단하게 얽어매어 집을 지었고, 들어가는 입구도 휘어진 올레로 바람의 영향을 줄이는 등 바람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발휘하였다. 바닷가에 한치를 꾸득꾸득 건조시키고 감물염색 된 천이 바람에 흩날린다. 요트와 윈드서핑을 즐기는 이들, 바람과 한결 친해진 모습이다. 바람이 유난히 강한 곳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는 제주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싸워야 했던 바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였으며 이제는 제주 미래를 그리는 재료가 되고 있다. 바람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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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낳은 섬, 삶의 지혜와 문화의 정수

 

 

Wish /기/원

바람신 ‘영등할망’께 비나이다. 무사안녕과 풍어를…

망망대해에서 솟구쳐 오른 화산섬에 사정없이 불어대던 바람, 어쩔 수 없이 바람과 싸워야만 했던 제주사람들은 수시로 휘몰아치는 바람을 이겨야 했고,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탓에 일년에 몇 차례나 위협하는 태풍을 염려해야 했다. 누구보다 예고 없이 부는 강한 바람을 두려워한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야만 했던 이들이었다. 섬이라는 특성상 태반이 바다에서 조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때문에 바람신을 받들어 제를 지내는 의식이 바닷가 마을마다 성행하였는데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칠머리당 영등굿’이 대표적으로 바람신인 ‘영등할망’에게 바치는 제이다. 영등할망은 2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제주에 찾아온다. 온갖 바람이 서해로부터 불어오면 “강남 천제국 외눈박이섬에서 바람의 신 영등할망이 오시는 것”이라며 심방을 통하여 굿을 한다. 이때는 어김없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등 궂은 날씨가 이어진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이다. 영등할망이 바다 날씨를 변덕부리듯이 좌지우지하니 그 종잡을 수 없는 성질을 살살 달래는 것이 해녀들과 어부들에게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영등제는 굿판을 크게 벌려 환영제와 송별제로 나눠 진행된다. 환영제는 음력 2월 1일에, 2월 14일에는 송별제를 치른다. 어업관계자와 해녀, 그 밖의 신앙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하루 종일 큰 굿을 벌인다. 제주에서는 영등굿을 하는 동안에는 결혼식을 하지 않고 제사나 장례가 있으면 영등의 몫으로 밥 한 그릇을 따로 마련해야 탈이 없다고 전해진다. 그때쯤이면 바다의 소라와 고동 알맹이가 텅텅 비는데, 이는 영등할망이 모두 까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등신이 돌아갈 때는 바다에 씨를 뿌리고 가서 소라, 전복, 문어, 해삼 등의 해산물이 잘된다고 여겼다. 영등할망이 떠나야 비로소 제주에는 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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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칠머리당 영등굿에서 신을 모셔서 놀리고 난 후 영감신과 제주 명산물들을 짚으로 만든 배에 띄워 보낸다. 이 배를 배방선이라고 부른다. ❷ 색실과 창호지를 이용해 굿판을 꾸며 영감들을 불러들여 잘 대접하고 흥겹게 놀린다. 서우제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며 이때 북과 장구 반주가 따르며, 굿판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함께 나와 춤을 춘다. ❸ 영등굿은 제주도 해녀들이 힘을 모아, 바다의 해산물이 잘되고 풍요한 삶을 기원하기 위해 벌이는 마을굿이다. 제주시 건입동의 칠머리당은 영등굿을 하는 당으로 김윤수 심방이 굿을 주재하는 모습이다. ❹ 심방은 장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본풀이를 한다.

 

Housing주/거

바람을 이기는 지혜의 산물, 초가집

제주도 초가에는 오랜 세월 바람과 싸우고 적응해온 제주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지혜가 담겨있다. 거칠고 강한 바람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집을 지었다. 바람의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 ‘초가’를 나지막하게 짓고 지붕도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특이하게 제주의 초가지붕 위에는 ‘용마름’이 없다. 용마름은 빗물을 밑으로 흘러내리게 하는데 효과적이나 바람에는 잘 걷히는 단점이 있어 용마름 대신 지붕 전체를 미끈한 ‘상모루’로 대신하고 있다. 제주에는 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붕을 얹는 재료를 짚 대신에 억새나 띠로 엮었고 ‘집줄’로 꽁꽁 동여매어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가장자리에는 통나무를 매달아 두거나 돌을 달았다. 창호문 바깥쪽에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문초리를 매달았다. 초가의 벽은 다듬지 않은 큰 돌을 쌓고 억새나 띠를 섞어 반죽해 놓은 진흙을 채워 쌓아올렸다. 초가를 둘러싼 ‘울담’도 처마 높이만큼 올렸는데, 바람에 저항하기 보다는 통할 수 있도록 얼기설기 쌓았다. 대문이 없이 나무 막대기 3개로 올려놓은 정낭도 바람을 막아선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나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휘어진 돌담길 ‘올레’는 집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한 의도도 있지만 바람이 잦아들게 하는 역할도 하였다. ‘정지’에는 밥 짓는 솥이 돌(화덕)위에 걸쳐져 굴뚝 없이 바로 불을 지펴서 밥을 지었다. 굴뚝을 높이 세우면 오히려 바람의 영향을 타기 때문에 제주초가에는 굴뚝이 없다. 울담 안에는 ‘우영’이라는 텃밭을 두어 채소 등을 심어 먹었다. 밭 둘레에는 낮게 담을 둘러 마당과 구분하였고, 바람에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았다. 이렇듯 초가집은 바람을 이기고자 한 제주선인의 슬기로움이 곳곳에 녹아있어 제주만의 독특한 주거문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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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초가지붕이 세찬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집줄로 꽁꽁 얽어매었다. ❷ 문에 문초리를 달아두어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였다. ❸ 전통가옥에서 대문의 역할을 하였던 정주석이다. 대개 구멍이 3개 뚫려 있고 정낭을 끼워 집안에 사람이 있고 없음을 알렸다. ❹ 제주도 초가지붕은 띠로 인 다음에 띠줄을 꼬아서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 단단히 얽어매어 바람을 이겨내었는데 집줄을 꼬면서 ‘집줄놓는 노래’를 부르곤 하였다.

 

Life Style생/활/문/화

제주섬의 모든 생활은 바람과 얽혀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 흙을 날려버린다. 귀한 흙더미인데 땅이 단단하지 못한 뜬 땅이기에 더 심하다. 흙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땅만 파면 숱하게 나오는 돌덩어리들로 밭가를 에워쌌다. 그 돌담의 길이가 만리에 이를정도라고 하여 흑룡만리라고 불린다. 검은빛 현무암으로 이어지는 구멍 투성이 돌담들이 바람을 통과시키고 태풍에도 끄떡없이 버텨내준다. 아귀가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얼기설기 위태롭게 쌓아올려진 돌담에 아무리 거센 바람도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숨겨져 있음이 놀랍다. 또한 밭가에는 쑥대낭(삼나무)을 심어 바람을 막는 방풍림을 조성하였다. 흔히 귤밭 과수원 주위에 일자로 심어져 높이 자란 삼나무림이 눈에 띈다. 삼나무는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로 고온다습한 제주의 기후에서 잘 자라는 수종이다. 제주의 바람이 유독 거친 날은 창문을 꼭 닫아 걸어 두어도 그 틈 사이로 휘이휘이 바람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바람이 워낙 강해 말을 주고받을 때 어미를 짧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제주어의 특징을 적어놓은 기록을 보면 “이곳 사람들의 말소리는 가늘고 날카로워 바늘 끝같이 찌르며 또 알아들을 수도 없었는데…”라는 글이 김정(金淨)이 지은 [제주풍토록]에 실려 있다. 거친 바람에도 상대방에게 말이 들리도록 하기 위해 강하고 짧은 어조로 말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돌담과 방풍림 그리고 일상 언어까지 바람의 영향은 제주섬 사람의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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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바닷가 집 둘레에 쌓은 울담. 세찬 바람을 피하기 위해 지붕만 겨우 보일 정도로 높이 쌓아올렸다. ❷ 감귤밭 주위에 삼나무로 방풍림을 조성하여 바람을 막았다. 겨울바람을 이기고 감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❸ 바닷가 자그마한 땅에 둘러쳐진 밭담, 작은 땅떼기에서 한 톨의 곡식이라도 날아갈세라 지천인 현무암으로 담을 쌓았다.

 

Landscape 풍/경

바람이 만든 고운 풍경들이 정겹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 흔적을 통해 바람의 존재를 확인한다. 제주에서는 눈이 내리는 모습으로 바람을 볼 수 있다. 하얀 눈송이들이 바람에 휘갈겨 지는 듯 사방팔방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내린다. 이런 눈도 특이하지만 상고대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제주의 바람이 빚은 특별함이다. 습기와 바람의 영향으로 유난히 상고대가 잘 생기는 제주도는 한라산 1100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상고대를 비롯한 눈꽃감상이 가능하다. 겨울철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묘한 매력이 있다. 바닷바람에 줄줄이 한치를 말리는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특히 고산 자구내포구의 한치는 쫄깃쫄깃한 맛이 유명하다. 바닷가 포구나 모래사장에는 수십, 수백마리의 갈매기들이 쉬고 있다가 힘차게 비상을 한다. 바람은 또 다른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감물로 곱게 물든 천들이 바람과 햇살에 고운 날개를 펼친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갈천염색으로 만든 갈중이란 민속의상을 즐겨 입었다. 갈천은 그 빛깔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울 뿐만 아니라 방충, 방취, 방습에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고, 자외선 차단기능과 땀을 많이 흘려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데다, 보온효과까지 있어 기능성 소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땡감을 으깨어 만든 감물에 옷감을 적셔 손으로 조물조물, 발로 자근자근 밟은 후 햇빛과 바람으로 몇 차례에 걸쳐 잘 말리면 천연소재인 갈천이 완성된다. 최근에는 갈천 뿐만 아니라 양파, 칡, 쑥, 쪽 등 다양한 천연재료에서 자연염색을 하여 아름다운 빛깔의 천연소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이 해안가 나무를 옆으로 뉘여 자라게 하고 상고대를 피운다. 한치를 말리고 갈천을 말린다. 바람이 생활속에 곱게 내려앉은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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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제주의 바람이 얼마나 드센지 알 수 있다. 담에 의해 겨우 바람을 피할 수 있었던 소나무가 돌담보다 키가 높이 자라면서 바람에 의해 가지가 옆으로 자란 모습이다. ❷ 한치는 고산 자구내포구가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포구에 줄줄이 꿰어 말려지는 한치와 차귀도가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만든다. ❸ 겨울이면 제주 한라산은 하얀 눈꽃세상이다. 바람과 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길게 자란 상고대가 이색적이다. 한라산에 윗세오름을 오르는 코스 중에서 어리목코스 만세동산을 지나면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❹ 제주의 전통염색인 땡감즙을 이용하여 물들인 갈천, 자연의 빛깔로 곱게 색이 든 천들이 제주의 햇빛과 바람에 건조중이다. ➎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눈보라가 고즈넉한 제주풍경을 만들고 있다. 까만 돌담에 하얗게 내려앉은 풍경이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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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모습이다. 바람이 잦고 수심이 얕은 신양섭지코지해변에서 자주 서핑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❷ 풍력발전기는 바람으로 거대한 날개를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청정에너지이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은 풍다(風多)의 섬으로 풍력발전을 비롯한 그린에너지의 최적지이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는 제주 풍경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Leisure 레/저

레포츠의 천국, 바다와 하늘의 바람을 느껴라

최고급 레저스포츠, 바다위의 낭만요트가 파도와 바람을 벗 삼아 미끄러지듯 세일링을 펼친다. 요트는 제주의 바람이 톡톡히 제몫을 하는 레저스포츠다. 바람의 힘으로 항해를 하는 요트에서 파도의 출렁거림,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그 바람과 일체가 된 느낌을 느끼며 제주의 여행의 낭만을 만끽한다. 겨울바다에서 즐기는 윈드서핑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윈드서핑을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윈드서핑은 돛을 잡고 바람의 강약에 맞추어 균형을 잡으며 세일링하는 것으로 ‘수상레포츠의 꽃’이라 불린다. 가장 중요한 자연조건은 바로 바람. 제주에서 가장 스릴 넘치게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인 것이다. 최근에는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서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녕해변이나 신양섭지코지해변에서 윈드서핑 또는 카이트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의 바람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스포츠는 패러글라이딩이다. 패러글라이딩은 아무런 동력장치 없이 오직 바람의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스포츠로 제주의 오름에서 훨훨 하늘을 날아오르는 경험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함덕해변 서우봉을 비롯해 다랑쉬오름, 금악오름, 미악산, 군산 등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닷가 오름인 서우봉과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동부오름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다랑쉬오름이 가장 인기 있는 패러글라이딩 체험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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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바람이 불어 파도가 유난히 세찬 날이면 윈드서핑을 좋아하는 이들은 앞 다투어 바다로 나간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거친 바람과 맞서며 스릴을 온몸으로 느끼는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Future 미/래

청정섬의 에너지원, 바람이 미래다

제주도 연평균 풍속은 3.8m/s, 서울 2.4m/s과 비교해보면 바람이 강한 섬임을 알 수 있다. 제주도내에서도 지역별로 계절에 따라 풍속이 달라지는데 고산이 6.9m/s로 가장 강한 바람을 자랑한다. 제주의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라산이 중심부에 있어서 낮에는 골짜기에서 정상을 향하여 곡풍이 불고 밤에는 산 정상에서 골짜기를 따라 산풍이 분다. 섬 전체에 부는 크고 작은 바람을 이용하여 새로운 시설들이 세워졌다. 거대한 바람개비, 풍력발전기들이다. 바람은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자원 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무한정의 청정에너지원으로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는 제주도 풍경에 이국적인 정취를 더하고 있다. 제주도는 풍족한 바람과 태양광 등 녹색에너지의 최적지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한 무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제주는 바람으로 청정미래 섬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제주인들에게 바람이 숙명적으로 감내 할 수밖에 없는 자연환경이었다면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제주섬을 그린에너지 도시로 이끌어가는 자원이 될 것이다. 바람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의 섬이자,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유네스코 3관왕의 섬이다. 바람이라는 자연에너지로 천혜의 섬, 청정섬의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풍다(風多)의 화산섬, 제주에서 바람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이자 삶의 지혜의 원천이다. 바다 위에 솟구쳐 오른 섬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고 때때로 거대한 풍랑이 되어 삶을 위태롭게 하였다. 때문에 바람의 여신인 영등할망을 융숭히 대접하였고 바람에 강한 집을 지어 살았으며 방풍림과 돌담으로 귀중한 농작물을 보호하였다. 제주의 바람은 제주인들이 이겨 나가야할 자연환경으로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쳤다. 세월이 흐르면 변하듯 이제는 거센 바람이 자연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좋은 바람만 불어주길 꿈꾸고 소망했던 제주 사람들에게 바람이 이를 화답하듯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바람이 낳은 섬 제주가 바람의 총애를 받는 때가 온 것이다. 제주도를 여행하며 지난 세월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와 슬기로움으로 극복한 제주인의 지혜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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