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꽃향기 가득한 봄의 기록

봄야생화1

 

 

봄야생화2

 

추운 겨울을 넘기고 복수초를 시작으로 들꽃들이 한창이다. 2월에 피기 시작했던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은 3월이 되면서 이미 절정을 넘겼고 분홍색, 흰색 새끼노루귀가 제주의 숲을 점령했다. 들꽃들은 나무가 잎을 달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고 결실을 해야 한다. 나뭇잎이 햇빛을 가리기 시작하면 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곤충들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숲속에서 시작된 들꽃은 햇볕이 잘 드는 제주의 서쪽 오름으로 이어진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함인지 온 몸에 털을 가득 달고 나온 할미꽃, 언제 봐도 따스한 느낌의 양지꽃, 숲 속의 정령인 순백의 나도수정초. 보라색 꽃을 가져 더 눈에 들어오는 뚜껑별꽃은 따스한 봄날의 바닷가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피어난 들꽃들에 의해 계절은 이어진다.

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됐다. 2월 들어 제주의 곶자왈을 채웠던 백서향의 꽃향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꽃망울을 가득 달고 있는 순백의 목련, 왕벚나무도 금방이라도 터뜨릴 기세이다. 한라산에도 분단나무를 시작으로 봄이 시작되고 알싸한 향기의 노란색 생강나무가 그 뒤를 잇는다. 이른 봄 숲을 채웠던 들꽃들은 4월을 지나면서 결실을 끝내고 고고한 자태의 보춘화, 새운난초에게 그 자리를 내준다.

 

봄야생화3

가는잎할미꽃

제주에서 자라는 할미꽃은 다른 종류에 비해 잎이 가늘게 갈라져서 ‘가는잎’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키는 커봐야 30cm를 넘지 않고 몸 전체에 흰털이 많이 나있다. 잎은 가늘고 깊게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끝에 검붉은 꽃이 하나 달린다. 꽃은 종 모양으로 아래를 향하며 암술을 꽃잎 가운데 두고 그 주변으로 샛노란 수술이 에워싸 꽤 매혹적인 모습이다. 열매에는 바람을 타고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흰털이 길게 나있다.

보춘화

난초과 식물 가운데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춘란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다. 제주에서는 3월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서서히 중부지방까지 번져간다. 긴 타원을 그리면서 늘어뜨린 잎과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주는 꽃은 들꽃 중의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뿌리 바로 옆에는 줄기의 역할을 하는 위구경이 있다. 수분이나 양분을 잎으로 보내고 잎에서 만들어진 양분을 뿌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봄야생화4

나도수정초

버섯처럼 보이지만 엽록소가 없어 양분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할 뿐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식물이다. 나뭇잎이 썩어 땅속에 녹아있는 양분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부생식물로 뿌리를 제외한 꽃, 줄기, 잎 모두가 순백색이어서 줄기의 내부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꽃은 4월 들어 제주의 남쪽 숲에서 볼 수 있으며 줄기 끝에 하나씩 달린다. 색깔이라고는 푸른빛을 띠는 신비스런 암술대와 그 주변의 노란색 수술의 꽃밥이 전부이다.

각시붓꽃

4월로 접어들면 오름이나 풀밭에는 각시붓꽃이 꽃을 피운다. 붓꽃이 키가 1m 가까이 되는 것에 비해 각시붓꽃은 꽃이 필 때에는 10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여리고 작은’이라는 뜻으로 ‘각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잎은 보라색으로 곤충의 눈에 잘 띄게 했고 꽃 안쪽에 깊숙이 꿀을 숨겼다. 꿀샘 앞에는 수술과 암술을 배치했고 꽃잎에는 하얀색 줄무늬를 그려 놓아 곤충을 꽃잎 안으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꽃가루받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봄야생화5

꿩의바람꽃

숲속에서 자라지만 햇빛이 잘 드는 산지의 사면에서 많이 보이는데 제주에서는 빠르면 3월 중순이면 피어난다. 꽃자루 하나가 길게 올라와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린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발달한 것이며 흰색 바탕에 은은한 자줏빛이 돈다. 꽃은 수술까지 전체가 흰색이어서 순백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할 때 자주 등장하는 꽃이기도 하다. 흐리거나 햇볕이 충분치 않은 아침, 저녁에는 꽃잎을 열지 않기 때문에 꽃을 보려면 날씨와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뚜껑별꽃

봄꽃들이 대체적으로 밝은 색인데 비해 뚜껑별꽃은 어두운 느낌의 보라색 꽃을 피운다. 키는 어른의 무릎 정도이고 잎겨드랑이서 꽃이 하나 달린다. 꽃잎은 5개로 봄 햇살에 살포시 내려앉은 보라별을 닮았다. 수술대의 붉은색 털은 수술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꽃술 주위 꽃잎에는 흰색, 보라색, 푸른색의 둥그런 띠가 차례로 만들어져 노란색의 꽃밥과 함께 절묘한 색의 조화를 이룬다. 열매가 익으면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꽃받침은 뚜껑처럼 열린다.

 

봄야생화6

분단나무

4월 중순이 되면 분단나무가 한라산의 봄소식을 전한다. 한라산과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나무로 해발고도가 높은 700m 이상의 숲속에서 볼 수 있다. 잎은 원형에 가깝고 흰색 꽃들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꽃은 산수국과 비슷하여 바깥쪽에는 비교적 흰색의 큰 헛꽃이 달리고 가운데에는 붉은 빛이 살짝 도는 작은 진짜 꽃들이 뭉쳐난다. 날씨가 풀리면서 양쪽으로 갈라져 올라오는 두 장의 잎은 마치 귀를 쫑긋 세운 토끼의 모습이다.

새끼노루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들꽃 가운데 하나로 제주에서는 2월이면 꽃이 피기 시작하여 3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키는 커봐야 어른의 손가락 정도이고 솜털이 나있는 꽃자루와 파스텔로 그린 느낌의 흰색, 분홍색 꽃은 이름만큼이나 앙증맞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발달한 모습이며 잎은 꽃이 피고 며칠이 지나야 눈에 들어올 정도로 자란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에는 흰 무늬가 선명하며 조금 뒤로 말려있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노루의 귀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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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난초

녹음 짙은 5월에는 숲을 차지했던 봄꽃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새우난초가 대신한다. 제주도와 남해안의 일부 섬에서만 자라던 것이 최근에는 조금 더 북쪽으로 자생지가 넓어졌다.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의 꽃받침을 터전삼아 핀 입술 모양의 꽃은 색깔도 다양하다. 붉은색, 노랑색, 녹색의 화려한 꽃과 난초과 식물이라는 희귀성 때문에 도채의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이름은 땅속줄기인 위구경의 모습이 새우를 닮은 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중의무릇

3월 중순부터 오름이나 저지대 숲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잎은 좁고 길쭉하며 연약한 편이다. 꽃은 별 모양으로 노란색 바탕에 초록빛이 흐르며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꽃대를 땅바닥에 붙인 채 꽃을 피우고 여러 송이 꽃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빛에 민감하여 아침, 저녁이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꽃잎을 열지 않는다. 여섯 개의 꽃잎이 열리면 마치 노란별이 반짝이는 느낌 때문인지 서양에서는 ‘베들레헴의 노란별’이라 부른다.

 

봄야생화8

왕벚나무

 화려한 꽃과 함께 빨간 열매, 붉은 가을단풍 때문에 최근에는 관상수로 인기가 높다. 3월 하순이면 잎이 돋기도 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금방 나무 전체를 화사한 꽃으로 뒤덮어 버린다. 하지만 수명은 길지 못하여 100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탄력이 좋아 활을 만들 때 사용했는데 효종이 북벌계획으로 서울 우이동 계곡에 대대적으로 벚나무를 심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 팔만대장경도 64%가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음이 최근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큰괭이밥

3월 중순 저지대 오름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여 한라산에서는 4월말까지 볼 수 있다. 뿌리에서 올라온 3개의 잎은 가위로 윗부분을 잘라버린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서둘러 핀 꽃에서는 잎을 보지 못하지만 조금 늦게 피는 것은 꽃과 잎을 함께 볼 수 있다. 키는 커봐야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 정도이고 5장의 흰색 꽃잎 안쪽에는 붉은색 줄무늬가 선명하다. 고양이가 배탈이 날 때 먹었기 때문에 괭이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이성권(동백동산 자연환경해설사 )

일러스트 /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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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도민1년차 says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야생화지만 그림으로 보니 새롭고 이쁘네요 ^ ^

  2. kim says

    일러스트가 감각적이고 예쁘네요, 제주 오름에 가서 야생화 실제로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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