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난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여름날 숲

야생화_1

난들의 향연이 벌어지는

여름날 숲

 

가장 진화한 식물, 난초의 오묘함을 품고 있는 제주의 숲은 비밀스럽다.

 

장대비처럼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이 지나면 진짜배기 여름이다. 습습한 기운은 덜하고 쨍한 하늘과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에 사람도 꽃도 맥을 못 출 지경이다. 이때쯤 제주의 난초류는 제세상이다. 난초는 동양화의 사군자인 매난국죽(梅蘭菊竹) 즉 매화와 난초, 국화와 대나무의 하나로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는 것이 군자의 고결한 성품을 닮았다 하여 동양화의 화제로 애용되곤 하였다. 이파리 시원스레 뻗어 내리고 난꽃을 몇 송이 피운 모습은 그 은은한 향내가 화선지 밖으로 퍼져갈 듯 단아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난초의 모양새는 단순하지 않다. 종류도 많고 그 형태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수 십 년 우리나라 자생란 사랑에 몰두해온 蘭谷이경서 선생님의 <아름다운 우리 자생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난초들은 100여종으로 그 중 70%가 제주에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 봄을 알리는 난초인 보춘화를 시작으로 한겨울에 꽃이 피는 한란까지 다양한 난초류를 볼 수 있는 제주에서도 여름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많은 종류의 난초를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야생화_2

왼쪽부터 대홍란. 여름새우란, 나도제비란, 콩짜개란

 

난초는 외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식물군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입술꽃잎(순판)은 꽃잎 가운데 아래쪽 툭 튀어나온 잎으로 무늬를 화려하게 만들거나 구부리고 주머니처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꽃 속에서 진탕 놀다 가도록 곤충을 꾀는 역할을 한다. 6월 한라산 어리목코스의 만세동산 즈음에서 볼 수 있는 나도제비란의 입술꽃잎은 꽃분홍빛 무늬로 치장을 하고 있다. 돌이나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착생란인 콩짜개란이 소나무 껍질에 뿌리를 내리고 작은 노란 꽃을 피워 앙증맞다. 축축한 숲에서 흔히 보는 비슷한 잎 모양은 대부분 콩짜개덩굴이라고 보면 된다. 콩짜개란이 붉은 혀를 내밀고 있는 모양새라면 큰방울새란은 붉은 옥구슬을 꽃 속에 품고 있다. 잎이 커서 큰방울새란인지 꽃 속에 저런 큰 방울을 매달고 있어 큰방울새란인지 알 수 없지만 색감이나 모습이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큰 자가 붙을 만하다. 갈매기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갈매기난초나 잠자리난초는 새나 곤충의 생김새에서 난초의 이름을 따와 흥미롭다. 숲속의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대흥란과 백운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백운란은 울창한 숲속에서 우연찮게 조우할 수 있다. 여름의 백미를 장식할 만한 난초를 꼽으라면 단연코 여름새우란이 아닐까 싶다. 멋드러지게 치장을 마친 여인네의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여름새우란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오묘한 자태나 초록의 숲속을 환하게 밝히는 화려한 색감에 탄성을 절로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색깔이 화사하기는 낮은 오름 자락에서 쉬이 볼 수 있는 타래난초도 못지않다. 실타래처럼 꼬아서 올라가는 작은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난초는 그 생김새가 범상치 않아 사람들의 무분별한 남채대상이 되어 왔다. 이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줄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멸종위기식물이기도 하다. 그나마 난초류가 다양하게 자라는 제주는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수를 간직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자손을 널리 퍼뜨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