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해안에서 한라산정으로… 그렇게 봄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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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서 한라산정으로…

그렇게 봄이 달린다.

 

섬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자들에게 제주의 봄노래는 그 얼마나 강력한 유혹인가.

 

도시에선 여인의 옷차림에서 가장 먼저 봄을 느낀다. 때 묻지 않은 천연의 섬, 제주에서는 오름과 한라산 자락, 바닷가 돌틈에 피어난 들꽃으로 봄이 왔음을 알게 된다. 잔설이 가시지 않은 오름에서 봄꽃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여 어느새 春香을 홑뿌리며 바닷가를 누비다가 한라산정으로 달려감에 봄이 만개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네 국토에서 제일 먼저 봄이 왔음을 노래하는 곳, 섬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자들에게 봄노래는 그 얼마나 강력한 유혹인가. 제주 봄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 보고 느끼는 여행을 떠나보자.

 

비자란붓터치

▲ 비자란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잦다. ‘고사리장마’라하여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에 안개비처럼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고 고사리들이 쑥쑥 올라온다. 이 비에 고사리들만 목을 축이겠는가. 나무둥치에 피어난 남산제비꽃이 고사리장마에 촉촉이 젖어있다. 다른 지방과 달리 난초류가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는 곳이 제주이다. 오름이나 산자락에서 쉽게 새우난초를 볼 수 있고, 새우난초보다 크고 노란색을 띠는 금새우난초도 간혹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한라새우난초의 신비로운 색감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이리 좋은 것을… 도채꾼들이 얼마나 극성인지 귀한 난초들은 땅에 발붙일 시간도 없이 뽑혀 나가곤 한다. 산중을 거닐다 그 헤집어진 자리를 만나면 입맛이 쓰다.

봄꽃 중에 범상치 않은 사연을 지녔을 듯한 꽃들이 있다. 함경도 이북이 고향이라는 피뿌리풀은 볼 때마다 북녘땅의 동포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움의 눈물이 흐르다흐르다 그 뿌리를 핏빛으로 물들인 것이 아닐까 싶다. 나무껍질에 뿌리내린 비자란은 어떤가. 그 작은 몸에 숨어 있는 강인한 생명력, 그래서 이런 착생란이 보는 것으로 애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5월 한라산 중턱에는 빽빽한 숲속에 수정난풀이 자란다. 참나무나 서어나무 같은 활엽수가 우거진 숲속에서 나무뿌리에 의지하여 자라는 기생식물로 투명한 흰빛을 띤다. 물방울 맺힌 수정난풀은 수정의 맑은 빛을 떠올리게 하여 이름 한번 그럴싸하게 지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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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오른쪽방향> 남산제비꽃, 설앵초, 새우난초, 박쥐나무

 

 

섬 전체가 거대한 천연정원이랄 수 있는 제주에서 1100고지에 위치한 습지산책로는 작은 소정원들이 모여 커다란 습지정원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바위덩어리와 이끼는 수 천 년 세월을 품고 그 틈바구니에 피어난 설앵초의 귀여운 몸짓은 애간장을 녹일 지경이다. 바닷가 모진 바람을 이기고 피어난 해녀콩은 열대지역에 자라는 식물로 바닷물을 타고 이곳 제주까지 여행 와서 뿌리를 내린 것이다. 꽃 핀 모양을 보면 나비 날개를 접고 앉아있는 모양새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디자인적 영감을 얻곤 한다. 자연 예술가의 섬세함을 느끼게 하는 박쥐나무 꽃은 귀에 걸면 찰랑찰랑 소리를 낼듯 하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니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안개비 내리는 제주의 봄, 그 봄은 꽃비가 내리는 봄이기도 하다.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열어 봄꽃의 초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는 이라면 봄나들이가 더욱 향기로울 것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황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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