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MS.3Go 약천사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1
청아한 새벽달을 바라보며 듣느 목탁소리, 바다를 바라보며 용서를 구하는 명상의 시간,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스님의 대화 속에서 마음자리가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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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0, 웅장한 약천사를 마주하다

감귤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을 따라 오르니 웅장한 법당이 보인다. 대적광전은 가히 동양 최대의 규모이라고 할 만큼 으리으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종무소에 들려 간단한 안내를 받고 방을 배정 받는다. 창문을 열면 높이 솟은 야자수와 정갈한 돌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가 한 눈에 담긴다. 수련복이 왠지 어색해 옷매무새를 자꾸만 고치면서, 약천사 산책에 나선다. 예부터 마을사람들의 병을 고쳤다는 약수도 마셔보고, 천연동굴 안에 지어진 굴법당 안을 둘러보기도 하고, 내려가는 길에 스님이 전하는 좋은 말씀도 마음 깊이 새긴다.

 

아이러브제주 본문1

❶ 템플스테이를 하러 도착한 웅장한 법당의 모습에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❷ 어색한 수련복을 입고 약천사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동양 최대의 법당이라서 그런지 둘러보는 데에도 한참이 걸린다. ➌ 108배를 마치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절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PM 5:30, 공양간에서 먹는 저녁

절에서 하는 식사를 공양이라 부르며 불교에서는 신성한 의식처럼 여긴다. 약천사의 공양간에서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으며 조금의 낭비도 없이 밥 한 톨도 청결함을 가지고, 말소리를 비롯한 그릇 소리, 먹는 소리를 내지 않고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으며 수행의 마음을 지닌다.

PM 6:30, 범종 소리를 따라 저녁 예불

저녁 예불을 알리는 깊고도 맑은 범종 소리가 약천사 곳곳으로 울려 퍼진다. 두 손과 발을 가만히 둔 채 나의 숨만을 바라보는 게 얼마만인지. 마음을 통일하여 잡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기의 참모습을 들여다보는 참선의 시간,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찬찬히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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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범종각의 소리에 종종걸음으로 대적광전으로 향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예불을 드린다.❷ 약천사는 바깥세상의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풍경이 곳곳에 자리한다. ➌ 108배를 하기 위해 미리 염주 알을 하나씩 꿰어 108염주를 만들어 본다. ❹ 웅장한 약천사를 배경으로 템플스테이를 안내해준 도권스님과 기념사진 한컷. ❺ 흔히 쳐볼 수 없는 목탁을 스님이 손수 가르쳐주신다. 스님처럼 명쾌한 소리는 나지 않고 둔탁한 소리만 나온다. 나 아직 수련이 부족한가 보다. ❻ 저녁 예불을 마치고서 스님과 차담을 하며 템플스테이의 하룻밤을 마무리한다.

 

PM 7:30, 스님과의 차담

스님께서 손수 차를 내어주시고, 우리는 그 따뜻한 차를 받아 마신다. “스님도 혹시 고민이 있으세요?” 라고 묻자,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무슨 고민이 있나, 허허.” 웃으신다. 더 많은 것을 쥐려고, 지금 갖고 있는 소중한 것은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한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혼자서 풀지 못하고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고민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AM 4:30, 그믐달이 마중 나온 새벽 예불

새벽의 적막을 깨는 범종각의 소리에 서둘러 대적광전으로 향한다. 평소라면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을 시간에 스님을 따라 반야심경을 읽고 부처님에게 예를 올린다.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오분향을 통해 계율의 향기, 선정의 향기, 지혜의 향기, 해탈의 향기, 해탈지견의 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처소로 들어가는 길에 아직도 깜깜한 하늘에 새벽달 하나, 보석처럼 박힌 별이 한 가득이다.

AM 9:00, 108배와 명상의 시간

인간이 겪게 되는 온갖 번뇌를 합하면 108번뇌가 된다고 한다. 이를 참회하기 위하여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는 것이다. 108배에 앞서 스님과 둘러앉아 실에 목구슬을 꾀어가며 108염주를 완성한다. 하나씩 세어가는 염주 알에 의지해 절 한 배, 한 배를 이어간다. 40번쯤 넘어가니 숨이 가빠오지만 이대로 멈출 수 없는 괜한 오기가 생긴다. 의식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마주하며 마지막 절까지 마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배어나오지만, 가슴 가득 뿌듯함이 안겨온다. 약천사는 올레 8코스로 이어져 있다. 맑은 날에는 올레길을 따라 바다올레에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바다를 앞에 두고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명상 속에 세상을 살아가는데 함께하는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린다. 편안해지는 마음 안에서 머릿속은 더욱 개운해진다.

절에서 보내는 몇 시간으로는 부처님의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없기에 템플스테이의 하룻밤은 소중하다. 수련복을 갈아입고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약천사를 나오는 순간, 모든 걸 비웠다고 생각한 몸 안에서 새롭게 피어난 활력이 마구 샘솟는다. 넉넉해진 마음자리를 가지고 에너지 넘치는 일상이 다시 시작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포토그래퍼 / 이강인

제주에서 템플스테이를 만나보자.

약천사 템플스테이 / 주소 서귀포시 대포동 1165   전화 070)738-5000

광명사 템플스테이 / 주소 서귀포시 중문상로17번길 51  전화 070)738-2452

관음사 템플스테이 / 주소 제주시 아라1동 387번지 전화 064)724-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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