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filed under: 백대비경

백대비경65호_3

하늘과 바다는 상사화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이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 하늘과 바다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수 천 수 만 합일의 밤을 보내었건만 햇살 비추면 생판 모르는 남이 되어 제각각이다 바다는 음이고 하늘은 양 붉은 등대 하나 걸어두고 서로를 보듬었던 밤의 기억은 […]

65호 백대비경1

비가 오기 전날, 시인 하늘이 화가 하늘을 부른다

  하늘을 보아라 하늘을 보면 시인이 되고 땅을 보면 현실주의자가 된다 하늘은 하루하루 매 순간 다른 그림을 그린다 이른 아침에는 기지개를 켜듯 영롱하게 낮에는 구름으로 하늘의 농담과 붓 터치를 조절해서 간혹 해 질 무렵에는 열정을 쏟아 부어 불타오르게 그린다 내일 비가 온단다 그때는 시인 하늘이 화가 하늘을 부른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시인은 내일을 위해 하늘에게 […]

백대비경-2 800

성산, 육지로 이어지지 못한 꿈

  제주에는 설문대할망이 산다.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발끝은 바닷물에 잠기어 물장구를 쳤다는 엄청스레 큰 할망이다. 워낙 덩치가 커서인지 변변하게 속옷 하나 없었다. 그 할망이 ‘명주 100동(1동은 50필)을 모아 속옷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마’고 한다. 제주 사람들 없는 살림에 열심히 명주를 모았다. 그런데 딱 한 동이 모자라 할망의 속옷을 완성 못 하고 만다. […]

백대비경1

지난날의 아픔일랑 잊어다오

  지난해는 유달리 마음이 아팠다. 이런저런 일로 힘겨웠다.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바다에 소금기를 더하였다. 한해를 보내는 해넘이의 시간 슬픔도 아픔도 저 너머로 모두 비워버리길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날을 위해서는 채울 수 있는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한다. 해질 무렵 고산 차귀도 앞바다는 넓게 비어있다. 그 바다가 너의 고통과 지난했던 날들을 모두 내려놓고 희망을 가득 채우라 말한다. 지는 […]

백대비경2

여명 빛 새 희망을 채운다

  지난해는 유달리 마음이 아팠다. 이런저런 일로 힘겨웠다.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바다에 소금기를 더하였다. 한해를 보내는 해넘이의 시간 슬픔도 아픔도 저 너머로 모두 비워버리길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날을 위해서는 채울 수 있는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한다. 해질 무렵 고산 차귀도 앞바다는 넓게 비어있다. 그 바다가 너의 고통과 지난했던 날들을 모두 내려놓고 희망을 가득 채우라 말한다. 지는 […]

63호 백대비경3

찰나처럼 사라지는 세월이여…

  고운 적빛 청춘은 여우비 온 뒤의 짧은 햇살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후에 찾아온 중년의 날들은 길기만 하였다. 책임과 의무에 짓눌린 어깨로 작은 행복이 제 곁에 있는지 조차 모른 체 은빛의 나날을 숨가쁘게 보내었다. 한 억새의 이야기다. 또 다른 억새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아침에는 이슬에 젖어 몸을 떨었고 낮에는 얼굴을 들어 해를 기쁘게 맞았다. 소소한 […]

62호 백대비경1

억새가 바다로 간 까닭은?

  억새는 산중에서 자라고 갈대는 바닷가에서 자란다. 어린 아이도 알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간혹 깊은 사연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바다를 유난히 사랑한 억새가 제 고향을 떠나 바다로 나갔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이 배를 타고 저 멀리 항해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떠난 바다이기에 제 발로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

62호 백대비경2

늦가을, 억새는 하얗게 제 몸을 태운다.

  은빛이 서서히 바래가는 때이다. 어느새 겨울이 지척으로 다가오고 있음이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여 하얗게 제 몸을 태운 억새는 지나간 시절이 아쉬워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새순을 돋을 때 맡았던 흙 내음과 싱그러웠던 공기 갓 피기 시작한 꽃의 풋풋한 향내 은빛으로 물들어 낮과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았던 기억 그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미소 짓고, 이슬과 […]

61호 백대비경3

다시 그대 앞에 서다

  바다는 그립다 하얀 모래밭에 서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고개를 든다. 못내 아쉬운 이별을 하였던 첫사랑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여 애달픈, 이미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보고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이야 바닷가에 다시 선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밟아 걷는다.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은 바다로 떠나보내고 곁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들의 이름을 […]

61호 백대비경2

바다는 나를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여도 나를 기억하는 바다 자연 앞에 서면 어쩔 수 없이 쓰고 살아야했던 가면을 벗을 수 있다 슬퍼도 웃어야했고 아파도 괜찮은 척 해야 했던……. 언젠가 커다란 풍랑이 일었고 파도가 미친 듯이 화를 내었지 내 기분이 그러했기에 바다가 그리 맞받아주었을까 오늘의 바다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품 삶의 고단한 알갱이들이 그 품에서 사르르 녹아 내린다 바다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