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이 서서히 바래가는 때이다.
어느새 겨울이 지척으로 다가오고 있음이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여 하얗게 제 몸을 태운 억새는
지나간 시절이 아쉬워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새순을 돋을 때 맡았던 흙 내음과 싱그러웠던 공기
갓 피기 시작한 꽃의 풋풋한 향내
은빛으로 물들어 낮과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았던 기억
그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미소 짓고,
이슬과 비를 더 흠뻑 마실 걸……
세월을 어쩔 수 없듯이
저무는 계절도 붙잡을 수 없는 것,
늦가을, 가을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나를 잊지 말라고,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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