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늦가을, 억새는 하얗게 제 몸을 태운다.

62호 백대비경2

 

은빛이 서서히 바래가는 때이다.

어느새 겨울이 지척으로 다가오고 있음이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여 하얗게 제 몸을 태운 억새는

지나간 시절이 아쉬워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새순을 돋을 때 맡았던 흙 내음과 싱그러웠던 공기

갓 피기 시작한 꽃의 풋풋한 향내

은빛으로 물들어 낮과 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았던 기억

그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미소 짓고,

이슬과 비를 더 흠뻑 마실 걸……

세월을 어쩔 수 없듯이

저무는 계절도 붙잡을 수 없는 것,

늦가을, 가을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나를 잊지 말라고,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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