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산중에서 자라고
갈대는 바닷가에서 자란다.
어린 아이도 알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간혹 깊은 사연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바다를 유난히 사랑한 억새가
제 고향을 떠나 바다로 나갔을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이
배를 타고 저 멀리 항해를 떠났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떠난 바다이기에
제 발로 걸어갈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바다 바로 가까이까지 간 것일 게다.
제주에는 그리 떠나보낸 임들이 너무나 많다.
가을의 억새는 떠난 임을 그리워하는 힘겨운 몸짓이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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