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찰나처럼 사라지는 세월이여…

63호 백대비경3

 

고운 적빛 청춘은 여우비 온 뒤의

짧은 햇살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후에 찾아온 중년의 날들은 길기만 하였다.

책임과 의무에 짓눌린 어깨로

작은 행복이 제 곁에 있는지 조차 모른 체

은빛의 나날을 숨가쁘게 보내었다.

한 억새의 이야기다.

또 다른 억새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아침에는 이슬에 젖어 몸을 떨었고

낮에는 얼굴을 들어 해를 기쁘게 맞았다.

소소한 행복에 기뻐하고

타인을 위해 눈물짓기도 하였다.

바람이 부는 대로 휘어질 줄도 알고

비 오는 대로 젖어들기도 하였다.

지는 해를 향해 금빛 미소를 띠워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여유를 지녔다.

그대는 과연 어떤 억새의 삶을 살고 싶은가.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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