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8 – 2013 AUTUMN

한라산1

한라산 영실코스~남격분기점

  윗세오름 표지석에서 남벽분기점까지는 백록담 남쪽 분화구 벽을 따라 둘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가는 내내 백록담 분화구를 둘러싼 암벽의 위용스러움이 이어진다. 한라산 영실의 가을은 은근한 여인의 향기 속 우람한 남성미를 드러낸다.   가을 한라산의 은은한 가을빛이 힘찬 붓질 아래 동양화 한 폭을 그리고 있다. 가을여인의 향내가 잔잔하게 풍기다가 백록담 분화구벽의 웅장함과 어우러진다. 가을 동양화 속에서 남벽은 포효하듯 우렁찬 함성 소리를 낸다.   ❶ 영실 병풍바위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제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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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공원2

제주 사람들의 삶을 따라 걷는 숲 – 금산공원(애월곶자왈)

금산공원 시작점에는 몇 백 년은 됨직한 후박나무가 멋들어진 위용을 드러내며 여행자를 맞는다.   금산공원(애월곶자왈) 애월곶자왈의 끝자락 금산공원은 삼림욕을 즐기면서 제주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잘 정돈된 탐방로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어주고 곶자왈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잠깐의 짬으로도 가족들과 함께 걸어볼 수 있는 소담스런 숲길이다.     금산공원 숲에 들어서면 꼭 하늘을 한번 쳐다봐야한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큰 나무일지라도 다른 나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사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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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백대비경1

가을 옷 사이로 비치는 한라산의 붉은 속살

  한라산은 제주인이다. 소박하고 우직하다.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으며 떠들썩하게 자랑하지 않는다. 아무리 매끈하고 아름다워도 갈무리한다. 가을이면 그런 한라산의 품성이 잘 드러난다. 속살이 붉고 화려한데도 겉모습은 제주사람들이 즐겨 입는 갈옷 빛깔이다. 그래서 가을 한라산은 헤치고 보는 재미가 있다. 겉옷을 들추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도 있고 은근슬쩍 오묘한 색감도 있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사진설명 / 한라산의 가을 드라이브코스로 좋은 숲터널이다. 1131번 도로(5·16도로)를 타고 성판악휴게소에서 5km정도 서귀포 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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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백대비경2

억새의 춤은 바람 장단을 잡고

  억새는 혼자선 가을을 노래하지 못한다. 으악새 우는 사연은 바람이 안다. 바람이 장단을 잡고 억새는 그에 맞춰 춤을 춰야 제격이다. 제주의 칼바람은 억새에겐 흥이다. 휘이휘이 울어대고 출렁출렁 흔들대다 보면 붉은 빛 억새는 어느새 은빛의 황혼을 맞는다. 오름 자락에서 더욱 크게 우는 것은 오름이 제주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억새에게 털어놓기 때문이다.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다 어느새 어울려 춤을 춘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사진설명 / 제주의 가을은 억새의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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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백대비경3

성산을 향한 쑥부쟁이의 戀書

  가을은 그리움을 타는 계절이다. 햇살 한줌, 파란 하늘 한 조각 뉘엿뉘엿 가을 햇살에 황금빛 가운을 걸친 가을여인이 손을 뻗는다. 바닷가 쑥부쟁이의 戀書는 성산에 닿을락 말락 가을은 외로움에 사무치다 못해 그리움을 토해내어 눈부신 날들을 만든다. 더 이상 외롭지 말고 누군가를 그리워 말라고 이곳에서 가을과 어우러져 누워보자 한다. 함께 누워 대지를 벗 삼고 폭신한 구름무늬 가을 하늘을 이불 삼는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사진설명 / 성산일출봉의 북쪽 해안가이다. 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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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돌1

[특집] 제주의 돌

黑色의 거친 돌과 함께 살아온 제주인의 생활, 돌은 제주의 삶과 문화 그 자체이다. 제주도에 가장 많은 것은? 흔히들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의 섬으로 제주도를 일컬어왔다.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오니 손님과도 같고 여자 또한 제주도에 살다 떠나는 客이라 할 수 있다. 바람과 여자가 제주섬의 여행자와 같다면 돌은 제주도 그 자체이다.     제주도 생성 이후에 붙박이처럼 제주를 지켜온 것은 다름 아닌 돌이다. 불구덩이에서 솟구친 돌덩어리들이 섬 전체를 만들었다. 제주의 돌은 화산활동에 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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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1

도도한 억새의 자아도취

도도한 억새의 자/아/도/취 억새   단풍이 오색빛 화려함으로 가을을 물들인다면, 억새는 쓸쓸하지만 강렬한 은빛여운으로 가을전령사로서의 포스를 거침없이 내뿜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억새로 물결치는 가을, 제주 어디를 가도 억새의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천으로 넘실대며 어서 오라 손짓하는 억새의 유혹을 어찌 뿌리칠 수 있으랴.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억새와 함께 울어보고도 싶은 건, 억새의 나부낌이 어쩐지 너무 슬퍼보여서일까.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는 몸짓은 마치 고단한 일상을 가슴으로 삼키는 우리네 어머니의 깊은 슬픔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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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산책길(2013)1 2

길, 예술을 만나다. 작가의 산책길

이중섭이 가족과 단란했던 때를 그리워하며 게와 아이들을 드로잉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정미진 작가의 작품 <게와 아이들-그리다>가 작가의 산책길 중간 지점인 자구리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길, 예술을 만나다   예술의 이상향을 꿈꾸는 길이 있다. 서귀포에 머물며 영원한 명작을 남기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스며있고,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솜씨를 부려 산책길을 낸다. 찬찬히 걸으며 작품을 만나고,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하고 노니는 곳, 작가의 산책길에서 예술의 유토피아가 실현된다.     작가의산책길은 숨은 보물찾기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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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남

산야초 약선을 배우다 – 약선요리 연구가 최순남씨

  산야초 약선을 배우다 약선요리 연구가 최 순 남 씨   선흘 산자락에서 산나물과 약초들과 함께 사는 노부부가 있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을 몸소 실천하며 건강한 삶을 전하는 약선요리 연구가 최순남 씨의 마당에는 제철 재료로 직접 담근 장과 효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익어간다. 방아초와 금불초, 박하꽃과 이질풀 등 선흘 산자락에 자라는 산나물과 약초를 하나씩 뜯어 올려 만든 초밥이 먹음직스럽다.     노부부의 비밀정원, 산에 사네 간판도 이정표도 없이 비포장도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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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물오름1

수수한 그녀의 은근한 매력, 원물오름

  수수한 그녀의 은근한 매력 “원물오름”   제주도의 오름은 화산활동 즉 불의 신이 빚어놓은 자연작품들이다. 원물오름은 수수한 생김새와 달리 은근한 매력이 있다. 오름 능선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풍경은 제주의 강한 바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긴다. ❶ 원물오름 입구는 마소의 방목지와 붙어있다. 초입의 길은 등산로가 깊이 패어있는데 소들이 숱하게 지나다닌 흔적이다. ❷ 오름 입구 우측에 보이는 ‘원물’이라 불리는 샘이다. 예전에 이 부근에 삶의 터전을 잡은 사람이 이곳에 습지가 형성돼 있음을 보고 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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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1

버거 버라이어티, 수제버거

제주에서 맛보는 각양각색 버거 버라이어티 수제버거   갓 구워내는 빵과 제주에서 나는 재료들로 업그레이드된 버거들의 향연! 층층이 쌓아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빅사이즈 버거부터 담백함과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버거까지~ 수제버거의 변신이 제주에서 펼쳐진다.     미친목수버거의 ½크기인 목수버거는 2인용으로 알맞다.   요리하는 목수 거대한 탑처럼 쌓아올린 미친 목수버거 등장이요 나무와 연장만 있으면 무엇이든 척척 만드는 목수가 셰프로 변신하여 수제버거를 뚝딱하고 만들어낸다. 유자로 발효시킨 빵 위에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두툼한 패티, 양상추, 토마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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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메인

한상 가득 정성으로 차린 자연밥상 – 꽃밥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지붕과 담벼락이 보라색으로 채색되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집이 눈에 들어온다. 정갈하고 소박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애월 꽃밥이다. 한그릇 음식보다 갖가지 찬들이 푸짐한 밥상차림을 먹고 싶다면 꽃밥을 찾아가자.     소소한 정성이 묻어있는 집 미니 돌담 안에 빨간 대야가 어항으로 변신하여 금붕어가 헤엄치고, 뒤꼍에는 주인장이 가꾸어 놓은 푸성귀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곳, 바로 꽃밥의 마당이다. 옛집을 개조한 집 안으로 들어서면, 꾸며 놓은 것 하나하나 주인장의 손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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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레스트

예술과 바다 그리고 커피와 당신, 뷰크레스트

  예술과 바다 그리고 커피와 당신   여행자들이 길을 걷다가 작품과 마주하며 작은 쉼과 여유를 만난다. 절벽 위에 바다를 품고 있는 카페, 뷰크레스트에서 예술의 낭만이 커피처럼 잔잔하게 흘러간다.     외돌개를 지나 바다를 따라 걷는 올레 7코스의 일부인 돔베낭길이 나온다. 거친 해풍에 맞서 뿌리를 깊이 받아 이리저리 몸을 비틀면서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온 해송 옆에 뷰크레스트(Vuecrest)가 있다.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라는 이름 그대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건너 문섬과 범섬이 훤히 내다보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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