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제주도 중산간의 속살을 걷는 올레13코스

올레13코스메인

 

 

오름캘리

올레13코스

 

바당은 코빼기만 내밀었다 사라지고
돌담과 마을, 돌덩이 위에 뿌리내린 초록의
숲이 이어지는 제주도 중산간 올레길,
13코스는 낭만이 살아있고
호젓함이 벗한다.

 

올레13코스-1

후박나무, 돈나무 등 남부수종이 빽빽하게 우거진 절부암이 올레 13코스 초입에 있다. 절부암이 전하는 이야기는 애틋하고 마을에서는 그들을 위해 매년 음력 3월 15일에 이곳에서 제를 지낸다.

 

올레13코스-2

용수리 바닷가 마을을 지나면 운치있는 낮은 돌담길이 이어진다. 작은 언덕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제주도 올레는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는 데 반해 올레코스 중에 몇 안 되는 중산간으로 쑥 들어가는 길을 따라 걷는 코스다. 제주도의 순박한 마을과 중산간 풍경을 눈에 담으며 간세다리로 걷는 길에는 호젓함이 짙다. 혼자였으면 외로웠을 것 같은 길, 두세 명이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사람냄새 묻어나는 길에서 쉼을 만나고 숲과 의자를 마주하며 여유와 웃음을 함께 나누기에 좋은 코스다.

13코스의 시작점은 용수포구이다. 어촌마을의 조용한 일상 속에서 배 몇 척이 쉬고 있는 포구는 한적하다. 당산봉을 돌아 나온 옴팍한 곳에는 자구내포구가 자리하고 차귀도와 누운섬이 떠 있다. 이곳 용수포구에서도 차귀 섬의 파릇한 봄내음이 만져질 듯 하다. 13코스에서 바다와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이다. 초입에 위치한 절부암은 배를 타고 나간 남편이 거센 풍랑에 실종되자 목을 매어 남편을 따라간 여인 고 씨를 기리는 바위다. 고 씨가 죽은 날에야 비로소 남편의 시신이 바위 밑에 떠올랐다고 한다. 지금도 애틋한 부부애를 기리는 제사를 매년 음력 3월 15일에 행하고 있다. 절부암 주위는 후박나무, 돈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감싸고 있다. 절부암을 지나자 나지막하게 지붕을 올린 집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마을이 정겹게 다가온다.

 

 

올레13코스-3

➊ 용수포구에서는 누운섬(와도)이 가깝게 보인다. 파릇해진 섬의 봄 내음이 바다를 건너 다가오는 것 같다. ➋ 바닷가 마을의 늦은 아침 시간은 한가롭다. 길을 잃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 하지만 길을 잃는다고 문제될 것도 없다. ➌ 올레는 마을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돌담길을 의미한다. 진짜 올레에 올레 코스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반갑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맑다. 오랜만에 대하는 청량한 공기에 봄기운을 제대로 느껴보자는 마음이 강해진다. 용수 풍력단지의 바람개비는 한가롭고 가까이에 밭을 일구는 여인네의 손길은 바쁘다. 밭일하는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는 담벼락에 기대어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졸고 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기쁨이다. ‘힘내 수고했어’ 게스트하우스에 붙어있는 글이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수고했다는 말은 낯간지럽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격려 메시지겠지. 왜 길을 걷는 것일까. 그 길에서 무엇을 만날 수 있다고? 현대인의 삶이 전혀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중산간의 고즈넉한 마을 길 곳곳에 숨어있는 삶의 지혜는 걷는 이의 마음을 다독거린다. 순례자의 집이라는 푯말과 교회 건물에 쓰인 ‘길 위에서 묻다’라는 글이 위안을 전하는 초미니 교회가 나타난다. 종탑까지 5m, 규모는 8㎡로 어른 몇 명만 들어가면 비좁게 느껴질 만한 크기다. 나만의 교회에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신자가 아닐지라도 세상의 은혜로움에 대해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어진다. 혼자 몸을 누이기 알맞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침낭같은 느낌의 무료숙소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13코스에는 이렇듯 정감 어린 코너들이 있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해마다 철새들이 날아들어 너른 수면 위에서 날개짓하는 용수저수지는 한가롭다. 강태공의 낚싯대 끝에 봄의 나른함이 매달려있다.

저수지를 지나니 숲길이다. 이름도, 특색도 각양각색인 숲길 올레가 13코스의 낭만 포인트다. 숲이 바다처럼 펼쳐지는 곳, 인적이 드물어 벗이 없으면 고독할 것 같은 길이다. 특전사 숲길은 그중에서 압권이다. 제주도에 순환 주둔하던 제 13공수특전여단의 병사들이 손과 발을 걷어붙이고 만들어낸 길이다. 그래서 ‘특전사 숲길’. 이 땅의 청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만든 길이다. 젊은 날이 떠오른다. 그저 젊음 하나로 버티며 살았던 무모했던 날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고 의지는 들끓었던 그런 나이였다. 특전사 숲길은 방황하는 청춘을 닮았다. 길을 잃는 것이 아닌가 싶게 헤매듯 걷고, 막히었다 싶으면 뚫린다. 결국 길을 만들어낸 청춘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이다. 거친 숲길을 통과해 밭길을 지나면서 숨을 고른다. 얼마 되지 않아 고목숲길이다. 아름드리 고목이 숲을 수직선의 미학으로 그려낸다. 다음으로 만나는 고사리숲길은 풍성한 고사리의 천국이다.

 

 

올레13코스-4

➊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 다는 것은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중산간의 고즈넉한 마을 길 곳곳에 숨어있는 삶의 지혜는 걷는 이의 마음을 다독거린다. ➋ 제주도에 순환 주둔하던 제 13공수특전여단의 병사들이 만들어낸 ‘특전사 숲길’은 순수 자연미가 가득하다. 

올레13코스-5

➌ 용수 풍력단지의 바람개비는 한가롭고 길을 걷는 이의 마음도 여유롭다. ➍ 해마다 철새들이 날아들어 너른 수면 위에서 날개 짓하는 용수저수지가 드넓다. ➎ 조수리 청년들이 커피와 녹차를 무료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둔 코너다. ➏ 약간의 둔덕과 밭담의 조화로움 사이로 천천히 걷는다. ➐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조차 작은 즐거움이 함께 한다.

 

 

걷는 이의 목마름을 알았을까. 조수리 청년들이 커피와 녹차를 무료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휴식이 달달하다. 사람냄새나는 작지만 큰 행복을 만끽한다. 밭 가에 난 돌담길이 유난히 예쁜 길이 이어지고 여전히 긴가민가하며 간세다리로 걷는다.

이때 이정표처럼 키 높은 의자가 보인다. 낙천리 아홉굿마을, 1000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의자공원이 있는 독특한 마을이다. 의자는 쉼이며 이곳에서는 유쾌한 쉼이다. 의자에 새겨진 글귀들이 재미나다.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오늘 하루만은 즐겁자! 어느새 좁은 돌담길이다. 작은 돌을 쌓아 올린 돌담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지만 낙천리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통로였던 낙첫잣길이다. 잣길은 진짜배기 제주 올레를 보는 듯 정겹고 예측불허다. 쉴 새 없이 구부러지고 부정형의 밭을 따라 이어진다. 아름다운 숲길로 인정받은 저지오름 입구에는 ‘ 독모르오름’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다. ‘독모르 ’는 닥나무를 말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저지리다. 초록이 뿜어내는 생명의 환희를 호흡하는 숲길은 자연치유의 샘같다. 싱그러운 봄 햇살이 피부를 간질이고 나뭇잎의 떨림은 섬세하다. 몸 안의 세포를 모두 깨워서 숲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여정은 오름 아래의 웃뜨르樂센터에서 끝난다.

 

 

올레13코스-6

➑ 초대형 의자는 낙천아홉굿 마을내 의자공원을 알리는 이정표다. 천 개의 의자가 있는 공원에서 쉼을 만끽한다. ➒ 뒷동산 아리랑길을 지나면 ‘ 독모르오름’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13코스의 마지막 관문인 9저지오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에 선정된 바 있는 숲길이 매혹적인 곳이다. ➓ 저지오름을 오르는 데는 20~30분 정도 소요되며 정상에서 한라산부터 비양도까지 사방으로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올레13코스-7

13코스 : 용수-저지올레 14.8km
용수포구 – 용수교차로(1.8km) – 용수저수지(2.6km) – 특전사숲길(4.3km) – 고사리숲길(6.8km) – 낙천리아홉굿마을 의자마을(8.1km) – 뒷동산 아리랑길(10.9km) – 저지오름입구(12km) – 저지예술정보화마을, 웃뜨르樂센터 (14.8km)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제주여행매거진 <아이러브제주>에 실린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사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1 Comment

  1. love 제주 says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항상 여기저기 걸어 다니곤 하는데 13코스 올레 길이 이렇게 에쁘게 되어잇는지 몰랐네요 ^^
    나중에 기족들과 함께 가봐야 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