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서럽지 않은 꽃은 없다

백대비경2-2

 

나는 꽃이거늘 그들은 검질이라 부른다.

잡초라 밟히고 뭉개지는 설움을 안다.

내 이름은 분홍빛 ‘등심붓꽃’이고

옆 친구의 이름은 노란색 ‘양지꽃’이다.

예뻐서 꺾이는 것은 꽃이고

밉다고 잘리는 존재는 잡초인가.

둘 다 서럽기는 매한가지다.

 

한 떨기로 피어나고 사라지는 짧은 생이다.

사람에 비하면 그렇다고 느껴진다.

오백 년을 사는 나무를 떠올리면

사람의 삶 또한 짧은데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지

작은 꽃, 큰 나무에 눈길 한번 줄 여유가 없다.

사람이 없으니 꽃도 잡초도 흥에 겹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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