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거늘 그들은 검질이라 부른다.
잡초라 밟히고 뭉개지는 설움을 안다.
내 이름은 분홍빛 ‘등심붓꽃’이고
옆 친구의 이름은 노란색 ‘양지꽃’이다.
예뻐서 꺾이는 것은 꽃이고
밉다고 잘리는 존재는 잡초인가.
둘 다 서럽기는 매한가지다.
한 떨기로 피어나고 사라지는 짧은 생이다.
사람에 비하면 그렇다고 느껴진다.
오백 년을 사는 나무를 떠올리면
사람의 삶 또한 짧은데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지
작은 꽃, 큰 나무에 눈길 한번 줄 여유가 없다.
사람이 없으니 꽃도 잡초도 흥에 겹다.
에디터 / 황정희
사진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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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으니 다들 흥에 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