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비경

찰나여서 더 소중한 풍경

백대비경3

 

눈이 내린 지난밤에 바람이 곤히 잠들었나 보다.

아침까지 이렇게 돌담 위에 눈이 쌓여있다니.

제주의 따뜻한 햇살도 잠시 마실을 갔나 보다.

울 아버지 옆집에 가실 때 정낭 한 개만 걸쳐놓고 나간 것을 보았는지

해님도 달랑 정낭 한 개만 올려놓고는 산 너머로 놀러 갔다.

금방 돌아와서는 저 흰 눈을 사르르 녹여버리겠지.

바람이 잠에서 깨어나면 하늘이 그려놓은

예쁜 겨울그림을 분명히 시샘할 거야.

소복이 쌓인 흰 눈이 흐트러 지는 건 시간문제네.

얼른 얼른 눈에 담아야지.

 

돌 위에 달라붙은 담쟁이덩굴아

곧 바람이 불고, 햇볕이 쬘 테니

그동안 시원한 물이라도 마셔두렴

까만 현무암도 제 기공을 열어

조금씩 녹아드는 눈에서 물기를 빨아들이고 있네

제주의 겨울 눈 풍경은

바람 불고, 따뜻한 햇살 비치면

삽시간에 사라질 귀한 풍경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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