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리쳐 울다
가슴에 선명하게 남은 바람의 슬픔
바람이 우니 나도 운다
섬은 바다를 가르고 태어났다
바다 한가운데서 붉은 불기둥이 솟구치고,
바람은 어딘가에서
이 땅의 탄생을 지켜보았을 테다
뜨거운 쇳물이 흘러흘러 바다를 만나 서서히 굳어지고,
설문대할망이 떨어뜨린 흙더미를
바람이 이리저리 흩어놓아 더 재미나진 섬이다
베이고 할퀸 상처투성이 사람들을 지켜보며 많이도 울었다
바람은 그렇게 이 땅과 사람들의 슬픔을 머금었다
이 땅과 함께 해온 슬픔이
얼마나 크기에 그리 소리쳐 우는가
내 두 눈에 흐르는 이것은 무엇인가
모질고 세찬 바람이건만
통렬하리만치 시원스럽게 느껴지고,
더욱더 세차게 몰아쳐라 주문한다
바람이 왜 울고, 내가 왜 우는지 알고 있기에 거칠 것이 없다
섬의 탄생에서 떨어져 나온 구멍 많은 돌덩이들,
그 돌들이 쌓아 올려진 돌담은 바람을 안다
광풍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살살 달래어도 준다
보리밭에서 바람이 난장을 떨더니 돌담 곁에서 울음을 멈춘다
바람은 그렇게 이 땅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고 떠난다.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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