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겨울을 환희로 채우는 순백의 순수, 한라산 눈꽃 산행

43호 겨울산행

 

올 겨울 제주에서 꼭 해봐야 할 눈꽃산행

겨울을 환희로 채우는 순백의 순수, 한라산 눈꽃 산행

 

겨울산의 진수를 만나기 위해, 은빛 세상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 한라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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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유럽에 전해져 크리스마스나무가 된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에 눈이 내려앉아 겨울산의 멋스러운 정취를 전한다. 겨우내 쌓이고 쌓인 눈이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져 겨우 길을 내고 있다.  02>한라산에 눈이 내리면 동양화 중에서도 수묵담채화를 펼쳐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묵 하나로 짙고 옅은 음영을 살려 그려나간 한라산의 아름다움에 가는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03>다양한 눈꽃으로 무장한 나무들, 설화와 상고대, 빙화의 눈꽃세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설국을 쉼 없이 걸으며 은빛세상을 여행한다.

 

 

숲이 은빛 이불을 덮고 있다. 최고의 겨울여행지, 눈꽃세상 한라산에서 잃어버린 내안의 소중함을 만나다. 겨울순수가 당신의 가슴을 채워 주리라.

도심에 내리는 눈에 대한 감상 한마디, 눈이 내리는 순간에는 동심이 되살아난 듯 가슴이 부풀어 오르지만 어느새 막히는 길을 염려하고 눈이 녹아 거무튀튀한 색으로 질척질척해진 도로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도시의 삭막함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점차 잊어가는 이들의 단상이다. 그래서 벼르고 별러 여행을 떠난다. 눈 쌓인 설국을 만나고 싶어 그대가 선택한 겨울여행지, 그곳이 대한민국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 제주의 한라산이라면 최상의 선택임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유럽에 가서 크리스마스 나무가 된 구상나무의 멋스러운 겨울자태, 봄의 환희를 잊지 못해 겨울날 눈꽃으로 한껏 치장한 산철쭉과 털진달래, 살아백년 죽어천년이라는 고사목에 가녀리게 내려앉은 고독함, 그 이름만 들어도 숲이라는 또 다른 세상의 다채로움을 느끼게 하는 병꽃나무, 섬매발톱나무, 산딸나무, 함박꽃나무, 서어나무 등 온갖 수목들과 하늘을 찌를 듯이 위엄을 보여주는 적송의 고아함까지… 숲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은빛 갑옷을 입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산 전체를 눈꽃이불로 덮고 있는 한라산은 동화 속 세상이 따로 없다. 도심과는 전혀 다른 세상, 그 속에 홀연히 서있다 보면 차가운 순수에 전율을 느낄 정도이다.

 

 

43호 겨울산행-2

04>웅장하게 치솟은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감싸고 있는 바위기암이 저 멀리 보이고 눈에 취한 이들이 시간을 잊고 노닌다. 05>숲속에서는 은빛 갑옷을 입은 나무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가지 끝에 내려앉은 섬세한 눈 결정체들….. 겨울이 신비롭기만 하다. 06>한라산 눈꽃산행을 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잊지 말자. 파란 하늘과 선명하게 대조된 눈꽃들이 향연을 벌이는 또 다른 무대이다. 

 

 

 

한라산에서 애인을 만나다.

첫눈이 오는 날 떠오른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 그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는 이는 한라산의 겨울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가슴 콩콩 뛰며 기다렸던 첫사랑, 순백의 계절 겨울의 한라산에 오르다 보면 어느새 한라산과 사랑에 빠진다. 첫눈이 내리는 날 제일 처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라산 겨울 등산을 경험한 이라면 눈이 오면 가장 먼저 한라산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산은 한라산이 될테니까. 한라산(漢拏山)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다(雲漢可拏引也)”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름도 낭만적인 한라산의 겨울 파티는 처음 산을 찾은 이나 그 애모의 정을 잊지 못해 매년 겨울마다 찾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환희와 감동의 파티를 연출한다. 은빛 일색이 세상이 이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일깨우면서… 파랗게 물든 하늘과 솜털 같은 구름이 어우러진 한라산은 감동의 파노라마다. 파랑과 흰색의 오직 두 가지 색으로 채색된 동화책을 펼친 듯하고, 파랑과 흰색의 조화로움은 한 페이지에 그치지 않고 책 한권을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며 나의 겨울여행 동반자가 되어준다.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이 될 한라산의 겨울이 사랑이 되고 추억이 되는 이유이다.

 

 

눈의 다채로운 변신이 즐겁다

단순히 눈이라고 불러서는 그 오묘한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설화, 빙화, 상고대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나보자.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으로 뭉쳐져 있다가 기온이 따뜻할 땐 비로 떨어지고 추우면 얼어서 눈으로 내린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모양에서부터 수천가지 결정의 모양을 갖고 있는 눈결정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결정체의 다양함과 함께 눈꽃에도 여러 종류가 있음을 아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는 눈꽃산행에서도 만날 수 있다. 눈꽃의 다양한 변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나보자. 아주 추운 겨울, 안개가 갑자기 추워진 온도를 이기지 못해 바람 부는 방향 따라 얼어붙은 것은 상고대이다. 바람이 부는 한쪽방향으로 치맛자락을 펼친 듯 나무 전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환성을 지를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상고대는 기온차가 많이 나는 높은 산간에서만 볼 수 있는 눈꽃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눈의 형태는 설화(雪花)로 함박눈이 내려 나무와 숲에 두툼하게 쌓인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볼 순 없지만 눈이 녹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쳐서 투명한 얼음 알갱이로 변해 반짝거리는 빙화(氷花)도 눈꽃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모습이어서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과 함께 청명함이 느껴진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새로운 눈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엿보고 싶다면 눈꽃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눈꽃 안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기암절경과 오백나한이 호위하는 “영실코스”

한라산 정상까지 연결되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에 한라산 겨울산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영실코스가 좋다.

영실코스는 병풍바위와 빙폭(氷瀑)의 절경, 아슬아슬 이어지는 영실능선을 타고 끝없이 추락하는 눈밭이 펼쳐지는 영실계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데다 눈으로 뒤덮인 오백나한 바위의 장중함과 드넓은 선작지왓에서 은빛 갑옷을 입은 동장군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코스이다. 영실코스는 아기자기한 즐거움과 멋진 절경이 이어지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라산 겨울산행 코스라고 할 수 있다.

 

 

43호 겨울산행-3

01>눈썹에 고드름이 매달릴 정도로 춥고, 결코 쉽지 않은 겨울산행을 하였다. 윗세오름에 오르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부악의 모습이 한눈이 보인다.  02>영실코스는 가파르긴 하지만 짧은 시간에 한라산 겨울산의 백미를 만날 수 있는 코스이다. 영실능선을 지나 웅장한 병풍바위로 향하고 있다.  03>굽이치는 영실계곡을 바라보며 오르는 영실코스, 칼바람이 얼굴이 때리는 매서운 겨울 추위와 싸우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은빛 동화세상으로 GO~

한라산은 겨울내내 은빛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실 초입부터 펼쳐지는 순백의 물결을 따라 걷다보면 이외로 포근함이 느껴진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면 그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바람이 잦은 지금은 흰 솜이불을 덮은 듯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차가운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가느다란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눈꽃외투를 입은 나무들이 즐비한 숲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는 영실능선을 타게 된다. 키가 크게 자란 나무들이 저만치 발아래로 떨어져 있으니 발가벗겨진 것처럼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갈 수밖에. 차가운 겨울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지만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경치가 그만이기에 하나를 희생하고 더 귀한 것을 얻은 마음으로 산행을 계속한다. 오백장군 기암과 그 아래 깎아지른 절벽에는 거대한 고드름이 매달린 듯 얼음덩어리들이 매달려 있다. 장마철에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졌던 바로 그 자리가 얼음폭포를 이루고 있어 절경이다. 오솔길로 이어지는 구상나무숲에 들어서니 살을 에이는 바람이 약간 잦는다. 그것도 잠시 구상나무 숲을 지나면 드넓은 신천지에 펼쳐지듯 평원이 나타난다. 선작지왓이라는 고원에 펼쳐진 평평한 대지를 거닐며 하늘과 산이 맞닿은 곳에 구름과 눈이 섞여 어느 것이 눈이고 어느 것이 구름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눈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위에 바위기암인 백록담이 위용을 드러내고 솟아있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먹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라면 한 그릇도 추억의 한자리를 차지할만하다. 산은 참 유혹적인 존재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 한라산은 팜므파탈의 매력을 지닌 치명적인 유혹의 산이다. 그 유혹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김없이 절정의 순간을 안겨주는 산, 내년을 기약하게 만든다.

▶ 영실코스 : 3.7km편도, 윗세오름까지 왕복 3~4시간 문의 : 064-747-9950

 


겨울 등반시 필요한 물품

눈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아이젠은 필수. 옷은 되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서 보온에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여벌옷과 양말도 준비하도록 하고, 방수 재질 장갑과 방수기능이 있는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눈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와 등산용 스틱, 귀를 덮는 모자를 준비하면 눈보라에 노출이 덜 되므로 잊지 말고 챙기도록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초콜릿, 건포도, 사탕, 과일 등 칼로리가 높고 무게가 덜 나가는 것을 간식으로 챙겨 가면 좋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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