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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재래시장

동문재래시장

제주동문재래시장

옵서게!

봅서게!

싸게주쿠다!

(오세요, 보세요, 싸게 드릴게요)

발 딛는 곳마다 삶의 현장이고 싱싱한 생명력이 거침없이 팔딱인다. 투박한 말투 안에 숨겨진 정이 있고 사람냄새 가득한 곳 여기는 동문재래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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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시장은 구식이고 촌스럽다는(?) 이유로, 또는 불편하다는 선입견으로 마트를 더 가까이하며 지냈다. 하지만 2011년 가을에 찾은 동문재래시장은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품목별로 잘 나뉘어 청결하게 정비된 상점, 카트 무료대여, 밝은 분위기의 LED조명, 무선인터넷(Wi-fi)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최신식의 모습으로 오래전에 단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세련되게 변신한 모습과 달리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과 덤은 그대로였던 곳, 사람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동문재래시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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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추억 속 시장… 그 속에 삶이 녹아있다.

어릴 적 엄마손 잡고 갔던 시장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짭쪼롬한 비린내가 코 안에 가득 차고, 갓 찐 찐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시장의 풍경. 상인들이 외치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세상에 온갖 맛있는 것들이 다 모인 것처럼 느껴졌다. 장에 가는 날 중에서도 제일 신이 났던 날은 바로 설과 추석 전 장날.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박박 밀고 시장에 가면 언제나 고운 빔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에야 입을 수 있는 새 옷을 사러 가는 시장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나 저거 사줘, 하고 엄마손을 끌었을 때 엄마의 지갑이 바로 열리는 날은 십중팔구 아빠의 봉급날이다. 그래서 때로는 손가락 발가락을 다 써서 마음껏 졸라도 되는 날짜를 계산하는 꼼수도 부렸던 어린 날의 추억. 많이 먹고 쑥쑥 커라, 하며 군것질 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던 그 시장의 아저씨는 지금쯤 어떻게 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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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정, 생명력이  팔딱이는 시장

모든 것이 편리한 세상이다. 클릭 한번으로 장을 볼 수도 있고, 마트에 가서 손쉽게 쇼핑을 즐길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장에 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옛날, 엄마손을 잡고 갔던 시장의 향수, 흥정하는 재미, 덤을 얹어 주는 넉넉한 인심이 있어서가 아닐까? 뿐만 아니다. ‘삶이 시들할 땐 시장에 가라’는 어느 시처럼, 시장에 가면 팔딱팔딱 뛰는 생명력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신성한 육체노동, 뜨거운 눈빛, ‘삶이 비린내를 풍기며 시퍼렇게 요동치는’ 것을 보노라면 목구멍 아래 깊숙한 곳에서 뜨끈한 것이 올라온다. 동문재래시장에 가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살아있다. 덤도 있고, 정도 있고, 삶이 있다. 때로는 목소리를 높여 흥정도 하고, 우격다짐으로 덤도 받고, 투박한 말투 속 숨겨진 속정도 느낀다. 그리고 시장안에서 나 역시 팔딱이며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투박한 시장은 그 안에 정을 품고 있다.

이런 사투리는 처음 듣는다. 툭툭 들리는 단어를 유추해보니 한국말 같은데 외국어 같기도 한 것이 들으면 들을수록 영 아리까리하다. 톡 쏘는 것도 같고 잘못 들으면 다툼이 난 것처럼 느껴지는 말,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말, 퉁명한것 같으면서도 잔정이 듬뿍 묻어나는 제주 사투리다. 동문재래시장에 가면 사방천지에서 사투리가 왕왕왕왕 귀를 때린다. 이토록 생생한 제주 사투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자세히 들으면 투박한 말 속 ㅇ(이응)이 붙어 흥겹고 정감가는 사투리는 시장을 쏙 빼닮았다. 겉으로는 무뚝뚝해보이지만 몇 마디 나누다보면 아낌없이 정을 주고 또 주는 시장사람들. 사지 않아도 괜찮으니 먹어보고 가라는 손짓에 멈춰서면 입안으로 쏙 들어오는 따뜻한 음식. 맛이 좋아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정이 좋아 흥이 나는걸까. 시장 안 걸음걸음마다 뜨끈뜨끈한 정을 온 몸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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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품과 같은 넉넉한 인시

`인심이 한강수’라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는 곳이 동문재래시장 말고 또 있을까? 왁자지껄하게 오고가는 말 속에는 후한 인심이 녹아들었다.

깎아줍서!(깍아주세요) 안돼마씀, 거저마씀!(안돼요, 거저에요) 그럼 나 가쿠다!(그럼 저 갈래요) 에헤, 있어봅서!(에이, 그럼 기다려보세요) 나도 모르쿠다, 가져갑서!(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냥 가져가세요)

깎으려는 자와 버티는 자의 승부는 터지는 웃음으로 끝이 난다. 한참을 손님과 실갱이를 벌이다가 못 이기는 척 지폐 한 장을 덜 받는 할머니, 덤을 받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아주머니….. 시장 안 넘치는 정은 어머니의 품 처럼 넉넉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이라는 인심(人心). 동문재래시장에서 사람사이에 진하게 흐르는 그 인심은 바로 2011년을 사는 우리네 모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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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의 동문재래시장

장사의 기본 네 가지 원칙은 ‘다양한 상품구색, 최고의 품질, 매장과 상품의 청결, 철저한 대 고객서비스’라고 한다. 동문재래시장은 작년(2010년) 중소기업청 시장활성화평가에서 1,517개 시장 중 전국 4위를 차지해 위 네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시장임을 검증받았다. 전국 최고의 시장답게 상인들도 최고의 마인드로 무장한 프로들이다. 가장 싱싱하고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한다. 상인회는 시장의 청결에 힘쓰고 품목별 잘 정비된 상품으로 매장을 분류하는 등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상품의 종류도, 품질도, 서비스도, 인심도 최고인 곳. 바로 여기, 동문재래시장이 제일 좋수다!

 


〈 미니인터뷰 〉  김원일 동문재래시장 상인회장

쾌적하고 다시 찾고 싶은 시장, 도민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시장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 안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무선인터넷(Wi-fi) 설치, 현대식 LED 조명으로 교체, 카트 무료대여, 콜센터 운영 외 체계적인 택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고객에게 받은 큰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기 위해 저희 상인회에서는 요가교실과 요리교실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2010년 시장활성화 평가 전국 4위의 자부심을 안고 앞으로도 고객만족과 제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이유민

포토그래퍼 / 오진권

동문재래시장 / 주소 : 제주시 이도1동 1436-7 (공항에서 15분 이내, 제주항에서 10분) 전화 : 064-752-3001     http://dm.market.jej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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