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제주 이색거리탐방 – 교래토종닭마을

토종닭

 

여름, 이열치열의 진미를 찾아서

“교래토종닭마을”

 

장모는 백년손님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주었다. 씨암탉은 예부터 집주변에서 기르던 토종닭으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다. 토종닭은 영양이 풍부하고 육질이 단단하여 쫄깃쫄깃한데다 여름날 지친 심신에 원기를 보충해주는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토종닭마을지도

 

제주에는 토종닭 음식점이 밀집한 토종닭마을이 있어 맛의 진미를 찾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1970년대 말부터 토종닭을 집 마당이나 텃밭 등에 풀어 길렀던 탓에 관광객과 제주사람들에게 토종닭마을로 널리 알려졌고 현재 30여 개의 토종닭 전문음식점들이 있는 ‘교래리’다. 다른 계절에도 별미인 토종닭요리를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특히 여름이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이다.

 

 교래토종닭1

❶ 교래토종닭집의 토종닭백숙.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토종닭을 내와 살을 먹기 좋게 찢어준다. 육질이 살아있어 가슴살 부위조차 퍽퍽함이 없이 쫄깃하다. ❷ 교래손칼국수의 대표 메뉴인 토종닭칼국수. 직접 면발을 밀어 칼국수를 끓여낸다. 면발과 토종 닭고기 살이 조화롭다. ❸ 토종닭마을 안에 조천초등학교 교래분교가 있다. 자그마한 학교로 운동장엔 천연잔디가 깔려있고 교실에서는 수업이 한창이다. 옛 추억을 되살려 미끄럼타기를 하는 것도 좋을 듯.

 

 

마을의 시작은 제주시에서 교래사거리를 지나 산굼부리 방향으로 직진하면 보이는 토종닭 유통특구 교래 삼다수마을이라는 대형 간판에서부터다. 여러 집이 성업 중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집은 성미가든. 마을 안쪽 삼거리 좌측 끝에 위치하고 있다. 토종닭 샤브샤브코스요리가 대표메뉴이다. 코스는 제일 먼저 샤브샤브의 담백함으로 시작한다. 팔팔 끓는 육수에 얇게 저민 닭가슴살과 갖은 야채를 살짝 익혀서 먹는 샤브샤브는 쫄깃한 식감과 양념소스에 찍어 먹는 그 맛이 무척 담백하다. 샤브샤브용으로 얇게 저미고 남은 닭은 푹 고아서 백숙으로 나오는데 생각보다 살이 꽤 붙어 있어 뜯는 맛이 그럴싸하다. 진미는 마지막에 나오는 녹두와 찹쌀로 넣고 끓인 죽이다. 배가 충분히 찼는데도 수저를 멈추기 힘들다. 또한 해락원, 원조교래토종닭집 등 토종닭 음식점들이 즐비한데 맛에 있어서 큰 차이를 느낀다기보다 분위기와 대표메뉴에서 아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정도다. 해락원은 전복이 들어간 토종닭전골이, 원조교래토종닭집은 토종닭백숙이 유명하다.

토종닭은 약간 질기다 싶을 만큼 살이 쫄깃하다. 놓아기른 탓에 운동량이 많아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찰지다.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지방량이 적고 근육량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씹는 맛을 중시하는데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식미감이다. 씹는 맛이 일품인 육질과 더불어 녹두를 함께 넣어 삶아내므로 그 맛이 특히 더 고소하고 감칠맛이 강한 것이 교래리 토종닭요리 맛의 특징이다. 녹두는 찬 성질, 닭은 따뜻한 성질로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 녹두에는 해독작용이 있고 닭에는 기를 보충하는 성분이 있다. 여름날 두 가지 재료를 넣어 푹 끓여낸 토종닭 요리로 여름을 이겨냈던 마을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가격은 일반 닭에 비해 비싸지만 그 맛에 있어서는 월등하게 좋으니 비교불가다. 제주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는 마을이어서 오전 11시에서 저녁 8시까지만 문을 연다.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라면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7시 30분 이전에는 식당에 도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마을에 토종닭 집만 있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토종닭마을을 알리는 대형 간판을 지나 만나는 좌측 첫집은 말고기 요리전문점인 제주녹산장, 그 다음 집이 제주 별미국수인 고기국수를 맛볼 수 있는 하늘래기교래국수촌, 닭칼국수로 유명한 교래손칼국수다. 간판 우측 첫집은 흑돼지고기 전문점인 밀림원. 제각기 맛에 정평이 나있으므로 토종닭이 아니더라도 식사가 만족스럽다.

 

 교래토종닭3

❶ 제주에는 말목장이 즐비하다. 토종닭마을 안에 있는 목장의 말들이 유난히 건강하고 매끈하다. ❷ 카페 스노우빈으로 들어가는 길을 걷는다. 짧은 산책길이 토종닭을 먹은 뒤 넘치는 포만감을 조금은 가셔줄지도. ❸ 카페 스노우빈의 장독대빙수. 청국장환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고소하다. 웰빙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메인요리를 즐겼다면 이제는 후식 차례다. 토종닭마을이 끝나는 지점, 작은 다리를 지나 우측으로 800m쯤 들어간 곳에 자리한 카페 스노우빈의 장독대빙수는 강력 추천하는 후식메뉴다. 일명 청국장빙수라고 불리는 것으로 환으로 만들어진 청국장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 있어 건강과 맛 두 가지를 충족시킨다. 청국장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다 고소함과 씹는 맛이 좋아 계속 입맛을 당기게 하는 중독성이 강한 빙수다.

교래리 토종닭마을에서 여름여행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맛과 영양만점의 토종닭요리를 맛본 뒤 시원하고 고소한 장독대빙수로 마무리를 한다면 충족도 최고의 미식여행이 될 것이다.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일러스트 / 오채린

촬영장소 / 추천맛집 / 성미가든 : 064-783-7092   원조교래토종닭 : 064-784-0504

추천카페 / 스노우빈카페 (장독대빙수) : 064-784-8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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