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제주에 드문 한정식 “오라 숲소리”

오라숲소리메인

 

맛집의 기본은 정갈함, 분위기와 맛을 동시에 채워줘야 한다. 물론 허름하고 낡았으나 맛이 있는 집도 있다. 그런 집들 대부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그것을 고집스럽게 이어왔기에 청결해야하는 음식점임에도 그런 분위기가 용서되곤 한다. 하지만 문을 연지 5년 미만의 맛집이라면 실내 분위기는 깔끔하고 음식은 주인장의 손맛이 느껴지도록 날렵하면서도 소담스러워야한다. 오라숲소리가 바로 그랬다.

오라숲소리가 村에서 洞으로 이사 온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 있던 고내촌은 솔숲이 울창하였다. 그래서 숲소리다. 낮에는 손님이 북적거려도 밤에는 적막하기 짝이 없는 시골이었기에 도시로의 입성을 계획하였고 숲소리라는 이름은 꼭 가져오고 싶었기에 주변에 아름드리 나무가 있는 곳을 찾다 인연이 된 곳이 200년 된 소나무와 300년 된 팽나무가 있는 한천 옆의 바로 이곳 오라동이다. 고내촌숲소리에서 오라숲소리가 된 순간이다. 오라숲소리는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하는데도 순간 이동을 한 듯 숲내음이 솔솔 풍긴다.

 

본문1

❶ 이 찬 저 찬으로 젓가락질이 바쁜 집이 진짜배기 맛집, 하나하나 음식이 정갈하다. ❷ 숲소리를 다녀간 흔적들, 주인장은 설마? 하였는데 누구였다며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간 이들에게 고마워했다. ❸ 2층은 도심 속 전망대, 넓은 창으로 한라산이 보이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비쳐든다.

 

소리의 이름에서 품위와 자연이 느껴지듯 음식에도 품위와 제주의 자연이 녹아있다. 메뉴는 모란상, 매화상 그리고 샤브샤브. 즐겨 찾는 메뉴는 매화상이다. 1인 18,000원, 점심에는 15,000원, 3인상 기준으로 음식이 풍성하게 나오기 때문에 2인일 때는 둘이 합쳐 37,000원을 내면 된다. 점심, 매화상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물 한 잔을 따라 입가심을 하려는데 물맛이 특이하다.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데 그만인 구아바차라고 한다. 물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양장피와 부추전 그리고 샐러드다. 부추전은 부추를 송송 썰어 부친 것이 아니라 갈아서 부쳤다. 양장피를 잘 버무려 부추전에 싸먹어야 제맛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인다. 설명대로 코를 씽하게 울리는 양장피를 부추전에 싸먹으니 톡 쏘는 강한 맛이 감해지면서 혀끝에 부드럽게 감겨온다. 호~ 생각보다 맛이 은근하고 매혹적이다. 부추전이 다 없어질 때까지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도 자꾸만 손이 간 것을 보면 독특함이 부른 맛의 새로움이다. 메인 메뉴는 한 접시에 가지런하게 나오는 오겹살, 훈제오리, 매콤한 족발무침이다. 곁들여서 나오는 해파리냉채에는 파인애플이 들어가 상큼하고 아삭거린다. 겉절이는 그때그때 즉석에서 무쳐서 내므로 신선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밥은 노릇하게 구워낸 옥돔과 주인장의 비법으로 만든 간장 게장, 고내촌 된장으로 만든 슴슴한 된장찌개와 제철 반찬들과 함께 나온다. 도대체 이분들 흙 파서 장사하시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재료들이 건강하고 제철 제주산인데다 값이 꽤 나가서 다른 한정식집에서 한 가지나 나올까 말까 한 것들이다. 음식이 제맛이 안 나면 용서가 안 된다는 이집의 주방장이자 주인장의 말이다. 중학교 영어교사로 정년퇴임하였다는데 이렇게 음식을 깐깐하게 만들 정도면 교사생활도 얼마나 완벽하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살짝 올라간 소매 안의 팔뚝에 이곳저곳 데인 상처가 보인다. 직접 주방을 책임지고 친정엄마의 음식 만들었던 DNA를 자기도 모르게 펼쳐 보이면서 얻은 훈장들이다. 제주여행의 마침표를 이곳 오라숲소리에서 만족스럽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재료비 보다는 제철, 제맛을 가장 중시한다고 한다. 오라숲소리는 여행자의 지친 미각을 풍성하게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라숲소리(정식)003

 

아이러브제주도장


에디터 / 황정희

포토그래퍼 / 오진권

촬영장소 / 오라숲소리

주소 : 제주시 오라로 80 (공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  전화 : 064) 744-2545  홈페이지 : www.숲소리.com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오후 3시~5시 준비시간) 휴무일 없음 (명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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